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정책이 글로벌 경기회복에 기여할 가능성도 크지만, 오히려 거품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정책이 실질적인 경제여건 개선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며, 유동성 공급이 체질 개선을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데 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장관은 14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금융포럼(Asia Financial Forum)에 참석해 '경제성장 촉진과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금융시스템 강화방안'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갖고 이와 같이 밝혔다.
우선 박 장관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위기가 계속되는 이유로 과도한 레버리지(차입)를 꼽았다.
박 장관은 "2008년 이후 위기가 상시화되는 이유로 과도한 레버리지가 근본적인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2008년에는 금융부문 부채가 문제됐고, 최근에는 공공부문 상환능력이 주목받고 있지만 가계, 기업, 정부 등 어떤 경제주체라도 빌린 돈을 결국 갚아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부문의 효율성이 가장 낮기 때문에 정부가 빚을 지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며 "고통을 감내하면서 체질 개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선진국들의 양적완화에 대해 "글로벌 경기회복에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 입장도 있지만, 실제 경제 펀더멘털 개선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견해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박 장관은 "유동성 공급은 체질개선을 위한 시간을 벌어줄 뿐"이라며 "오히려 거품을 키울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우리나라의 교과서적인 위기극복 경험에 대해 양호한 대외건전성과 재정건정성을 확보하며 모범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설명하고, 국제적 차원에서도 건전성 제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각국 스스로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중앙청산소 도입, 조세피난처 정보교환,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 규제 등 새로운 개혁 조치들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장관은 "지나친 금융규제는 세계경제의 저성장·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금융회사의 건전성 악화를 가중시킬 수 있다"며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분석해 대응전략을 함께 마련하는 한편, 시기와 순서를 적절히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박 장관은 기축통화를 보유하지 못하는 아시아 국가들이 대외적 충격에 취약하므로 아시아 지역 차원에서 스스로 위기를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세안＋3 국가들을 중심으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 출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시아 자본시장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며 "아시아 금융시장이 발전하면 역내 자본흐름의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발전을 위해 역내 결제시스템 등 핵심적 금융 인프라를 조속히 확충하는 한편, 역내 채권시장의 규제조화 논의도 한층 가속화 해야 한다"며 "무역결제시 역내 통화의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