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공약 이행 문제를 두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새누리당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공약 이행에 소요되는 재원이 막대해 현실성이 없다고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인수위의 '감정'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의 발언이었다. 심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이 없는데도 공약대로 하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당 안팎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너도나도 '공약 수정론'을 주장하며 공약 재검토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대선 공약의 재원 설계가 잘못됐다는 지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몽준 의원이 '대못'을 박고 나섰다. 정 의원은 지난 16일 중진·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선거 때 내놓은 공약을 한꺼번에 지키려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논란의 불을 제대로 지폈다.
□ 수정논란 도마 위 오른 공약은? =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공약은 기초노령연금과 4대 중증질환 보장, 군 복무기간 단축 등이다. 이 중 기초노령연금 공약은 새누리당과 전문 연구기관의 비용추계가 무려 20조원 가량 차이가 나고 있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이다.
새누리당은 계층에 상관없이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준다는 이 공약에 드는 비용이 4년 동안 19조7000억원이라고 추산했지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4년 동안 40조원이 든다고 추계했다.
박 당선인이 대선 기간 동안 가장 강조했던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은 재원 설계는 물론 정책 실현 과정에서 야기될 부작용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당선인은 이 공약에 연간 1조5000억원이 든다고 밝혔지만 보건사회연구원은 보장률 100%에 따른 건강보험료 인상 등을 감안하면 재원 소요액이 3배 이상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이 공약이 시행되면 환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 없어지면서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켜 수요가 급증, 국가 재정에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군 복무기간을 현행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인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도 도마에 올랐다. 국방부는 지난 11일 업무보고에서 이를 시행할 경우 1조원의 예산이 추가로 더 발생할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 "공약수정론 시작, 대체 어디야?" 논란 = 가장 논란이 되는 기초노령연금과 관련해선, 현재 박 당선인이 입장을 명확히 밝힌 상태다. 박 당선인은 최근 대한노인회를 찾아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원칙과 신뢰를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면모가 이 발언에 그대로 담겨 있는 것.
인수위는 정부에 공약 이행에 대한 재원 마련과 세부 이행 계획에 대해 준비하라는 업무보고 가이드라인까지 정해주며 공약 실천 의지를 피력했지만, 정작 정부에서는 재원이 부족해 시행이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약을 만들고 재원을 설계했던 새누리당에서까지 공약 수정론을 주장하면서 인수위는 더욱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에 더해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16일 "신규 아이템을 개발하기 위해 공약이 다루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면서 국정과제를 수립하겠다"고 한 발언이 '공약 수정'이란 해석을 낳으면서 공약 수정·폐기론이 들불처럼 번졌다.
급기야 17일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직접 인수위 기자회견장을 찾아 "인수위의 인수 작업도 끝나지 않았고 아직 검토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성을 다해 만든 대선 공약에 대해 '지키지 말아라' '폐기하라' '공약을 모두 지키면 나라 형편이 어지러워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혼란케 한다"며 경고성 메세지를 던지는 상황까지 전개됐다.
새누리당에서 뿜어져 나온 '공약 수정론'을 정면 반박한 셈. 하지만 윤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발언 배경이 언론의 추측성 보도와 잘못된 해석이라며 되려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자신이 16일 언급했던 국정과제 수립에 대한 브리핑을 언론이 잘못 보도했다는 것이다. 윤 대변인은 "인수위 대변인의 말조차도 정반대로 해석해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는 것 아니냐. 언론인들이 이 점을 많이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약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은 심 최고위원이 지난 14일 공식석상에서 처음 발언한 것으로 이 때부터 '공약 수정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윤 대변인의 국정과제 수립에 대한 브리핑은 16일날 진행됐던 것을 감안하면 결국 언론의 잘못된 해석으로 김 위원장이 경고성 메세지를 던졌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