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공약'이라고 할 만한 거 없어"…"상임위에서 처리하면 될 일" 선 그어
"공통공약 내세우는 건 '선전용'…민주당 복지는 '퍼주기'"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의 '공통공약' 처리 제안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1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등 큰 이견이 없는 법안에 대해 처리, 협조키로 한 바 있다. 더 나아가 민주당은 자신들의 대선공약이기도 한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 실천을 위해 박 당선인의 복지정책에 협조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는 야권의 '보편적 복지'와 박 당선인의 복지가 차이가 있어 '공통공약'으로 묶을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한,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이 같은 제안이 자신들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동시에 공약을 이슈로 해 정국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판단, 쉽게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상일 대변인은 25일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도부내에서는 아직까지 진전되고 있는 게 없다"며 "원내지도부에서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 "구체적 정책내용은 많이 달라"…대기업 경제력 남용 방지 법안은 통과될 듯 =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공통공약 협의가)진행되는 게 없다"며 "실제 정책타이틀만 같지 정책내용에 들어가 보면 많이 다르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 수석부대표는 "우리는 우리 공약을 국민에게 실천하는 것이지 공통공약이랄 게 없다"며 "타이틀만 같은 것을 가지고 공통공약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재정건전성, 소득비례요소, 국민적 여론을 고려해서 만든 '맞춤형 복지'이지만 저쪽(민주당)은 '퍼주기 복지'아니냐"며 "무상보육이나 대학 등록금 문제도 말은 같아도 내용은 많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신의진 원내대변인도 "굳이 공통공약으로 빼서 따로 논의할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국회 상임위에서 얼마든지 논의가 가능한데 그렇게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공약을 안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이건 아닌 것 같다"며 "대선공약에서 비슷한 게 있으니 상임위를 열어 처리하면 될 일이다. 민주당이 자신들도 민생을 챙기고 있다는 일종의 소통방법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 불법행위 근절 방안이나 일감몰아주기 방지 등 대기업의 경제력 남용 사항은 큰 이견이 없지 않느냐"며 "그 정도 이견이 없는 것들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민주당이 자신들의 보편적 복지를 박근혜 공약이라고 하면서 관철하려고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대선 공약에서 공통적으로 내세웠던 공약으로는 정년 만 60세 연장, 대기업의 경제력 남용 방지 등이다. 특히, 대기업 총수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집단소송제 확대 등에 대한 내용은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 박근혜 '공약수정론'은 잠복해 있어…민주당 공약관철 '명분' 쌓기(?) = 하지만, 민주당이 '박근혜 공약 지키기'에 나선 배경에는 박 당선인의 대선공약에 대해 재정문제를 거론하며 새누리당내 일각에서도 반대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앞서 박 당선인의 공약인 '100%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등에 대해 정몽준 전 대표를 비롯해 심재철 최고위원 등이 나서 '공약수정론'을 주장한 바 있다. 논란이 되자, 박 당선인이 나서 "우리는 운명 공동체"라며 공약이행을 재확인했지만 새누리당의 '공약수정론'은 잠복해 있을 뿐, '박근혜 정부'에서 언제든지 고개를 들 수 있는 사안이다.
때문에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박근혜 공약 이행'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판단, 자신들이 '박근혜 공약 지키기'를 하면서 대선공약을 관철해 '민생정당'으로서의 명분을 얻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지난 21일 "우리가 협력하는 만큼 박근혜 당선자도 야당의 제안에 협력하길 바란다. 이게 새 정치"라고 밝힌 것도 이와 맥이 같다.
야권 관계자 역시 "어차피 경제민주화나 복지는 대세이기 때문에 새누리당도 피할 수 없다"면서 "다만, 공약수정론에서 봤듯이 여당 내에서는 앞으로 이견이 나올 게 빤하기 때문에 우리가 선도적으로 관철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제안에 새누리당 원내핵심관계자는 "단순히 이름만 같다고 공통공약이라고 하기 어렵다. 공통공약이라고 하면서 자기들 '선전용'으로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