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 '비상등', IT·차(車) 등 수출 기업 위험

글로벌 경기 침체와 더불어 선진국의 통화 약세로 국내 수출 기업 및 중소 제조 기업의 경영난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최근 유동성을 확대하는 통화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국의 원화 가격이 오르자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수출 기업 등의 경기 실사 지수는 2010년 이후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기업의 경우 2010년 99포인트에서 2011년 83포인트, 2012년 75포인트, 지난달 72포인트로 경기 실사 지수가 낮아졌다.

중소 제조 기업은 같은 기간 91포인트, 79포인트, 70포인트, 66포인트를 기록했다.

수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원화 강세로 매출액이 줄어들고 있는 부분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011년 1153.3원에서 2012년 6월 1181.8원, 2012년 말 1071.1원, 지난달 1082.7원을 기록하고 있다.

금감원은 8개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24개 업종의 환율 하락 영향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선진국 수출 비중이 높은 가전·반도체·디스플레이 등 IT 분야를 비롯해 조선과 자동차 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IT 업종의 경우 이미 원·달러 환율을 기준으로 손익분기점이 붕괴됐으며, 조선과 자동차, 철강·금속 역시 위험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또 외부감사 중소기업 중 수출 실적이 있는 722개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실시했는데,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2.2%에서 올해 1.1%로 줄어들 전망이다.

전기·전자 업종은 올해 적자로 전환이 예상되며, 섬유와 자동차 분야의 실적도 악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분석 기업 중 적자가 예상되는 곳은 약 10%포인트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본 기업에 대부분 수출하는 곳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원·엔 환율은 2011년에서 지난달 사이 1485.2원, 1514.6원, 1247.5원, 1188.5원으로 낮아진 가운데, 한일 간 수출 경합 지수는 전체 산업 평균 0.394포인트와 비교해, 자동차(0.625), 기계(0.621), 철강(0.575), 가전(0.497), 섬유(0.456)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편,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통관 기준)은 5481억달러(약 597조6000억원)를 기록해, 1년 만에 71억달러(1.3%) 줄었다.

이기연 금감원 부원장보는 "수출 경쟁력이 있으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은행권이 대출을 확대하게 하고, 환시세 변동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는 환변동보험에 기업들이 가입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