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신한銀, 근저당권 설정비 돌려주라"
주택담보대출시 고객들이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비용과 관련된 소송에서 법원이 이번에는 은행 대신 고객의 손을 들어 줬다.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5단독부(판사 엄상문)는 장모 씨가 신한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근저당 설정비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장모 씨가 부담하기로 개별 약정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설정비용의 부담주체에 관한 법령의 규정 등을 종합해 볼 때 설정비는 은행이 부담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부담한 것이므로 부담이득이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법원의 판결은 지난해 국민은행, 기업·하나·외환· SC·씨티은행 등을 상대로 각각 대출고객 271명과 48명이 제기했던 같은 취지의 소송에 대한 종전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와 민사합의 33부는 '은행에서 고객이 설정비를 부담할 때 금리인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 혜택을 부여했으므로 비용을 반환할 만큼 고객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정도의 신의성실원칙 위반이 없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원고 측 법무법인 태산은 이번 판결과 관련 "서울중앙지방법원 최초로 고객에게 설정비 반환을 인정한 판결"이라며 "지난해 12월 선고된 합의부 사건에서는 원고들의 숫자가 많은 등의 이유로 설정비 부담에 관한 합의가 실제로 있었는지에 관해 계약서 등에 대한 증거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태산 측은 "소송을 대리한 원고인단 6297명 중 근저당권 설정계약서 등을 제출한 원고 1997명 중 비용부담에 관한 합의가 없는 사람이 약 65%에 달했다"며 "은행에서는 설정비용을 고객이 부담하기로 합의했고 계약자유의 원칙상 그러한 합의도 유효하다고 주장하나 실질은 그러한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고 꼬집었다.
또 설령 계약서에 체크했다 하더라도 은행 직원의 지시에 따른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태산 측의 설명이다.
지난 2011년 8월 대법원이 '근저당 설정비 등 대출 부대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게 한 은행 약관은 불공정하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고,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도 은행들에게 '2003년 1월 이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근저당 설정비 전액을 고객에게 환급하고 인지세는 50% 돌려주라'고 결정했다.
한국소비자원도 "은행이 대출자에게 전가한 근저당권 설정 비용에 문제가 있다"며 집단소송을 신청한 4만2000명을 대신해 1500여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은행이 담보대출을 하는 과정에 고객과 합의해서 근저당 설정비를 받은 만큼 돌려줄 의무가 없다"며 설정비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잠재적인 근저당 설정비 반환 소송 대상자수가 2백만명에 달하고 소송 규모만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이번 판결이 차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