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위기 당시 기업의 도산으로 빚의 늪에 빠진 신용불량자(현 금융채무 불이행자)들이 15년 만에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연대보증 채무자의 빚을 감면하고, 연체 기록을 일괄 삭제한다고 밝혔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기업들이 도산하며 연대보증 채무자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당시 연체 기록으로 지금까지 경제활동이 어려운 계층이 존재하며, 특히 금융회사 간 정보가 공유되면서 빚을 갚았어도 사실상 금융거래가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해선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외환 위기라는 국가적 재난으로 기업이 부실화되는 과정에서 본인의 채무가 아닌 연대보증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시행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이 금융거래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에서 이러한 정책의 실효성이 있는지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채무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 기록과 관계 없이 대출 심사 과정에서 과거의 금융거래 정보가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연체 기록 등록자는 1104명, 법원이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등록한 자는 528명에 달한다.
이들 528명에 관한 정보는 전국은행연합회에서 7년 동안 보관된다.
또 정부가 원리금 감면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의 논란도 많다.
이해선 정책관은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고의나 사기에 의한 부도자를 제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증채무를 연체한 자는 11만3830명, 연체액은 13조2000억원으로 집계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10억원 이하의 연대보증 채무를 매입, 약 173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채무자는 10년까지 분할상환할 수 있고 질병이나 사고로 상환이 어려운 경우 2년까지 유예할 수 있다.
11만명의 연대보증 피해자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이며, 원금의 40~70%가 감면될 전망이다.
이해선 정책관은 "10억원 이상의 고액 채무까지 정부가 지원하는 건 무리가 있다. 다른 방법을 이용해 지원을 받아야 할 것이다. 또 전액 감면도 어렵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