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와의 불법거래에 칼을 빼 든 관세청이 해외 재산은닉·도피 사례를 공개했다.
관세청(청장 백운찬)은 29일 내달부터 조세피난처와의 불법 외환거래를 통한 자본유출과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수출입 기업에 대해 일제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관세청이 파악한 주요 탈법 사례들을 공개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A사는 서울에 1000억원대 회사 건물을 담보로 300억원을 대출받은 뒤 이를 홍콩을 경유해 중국의 철강 수출입 회사에 투자하는 것처럼 위장해 256억원을 홍콩으로 빼돌렸다.
이후 '검은머리 외국인'을 가장해 자신의 주식 60%를 취득해 자금세탁을 하는 등 1047억원에 달하는 불법 외환거래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B사는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로의 해외직접투자를 가장해 60억원을 해외로 빼돌렸다. 이후 주식투자용도로 개설한 싱가포르 차명계좌를 통해 검은머리 외국인을 가장해 자사 주식을 취득, 5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C사가 쓴 방법은 정상적인 수출입거래를 위장한 것이었다.
C사는 국내 중소 건설회사를 인수한 후, 이 건설회사가 중국으로부터 판넬을 수입하는 것처럼 위해 중국으로 미화 260만불을 송금한 뒤, 환치기를 통해국내로 회수했다.
D사 역시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경유해 중국 현지법인에 자동차용 부품을 수출하면서 수출가격을 약 30% 저가로 신고, 수출대금 차액 153억원을 홍콩 페이퍼컴퍼니 계좌에 은닉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F선사는 자기 소유인 선박 19척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위장해 파나마에 편의치적한 후, 해운사업을 영위하면서 발생한 선박 운항·임대·매각 소득 1582억원 상당을 국내로 회수하지 않았다. 이를 홍콩 소재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에 은닉, 재산도피와 역외탈세를 시도했다.
관세청은 이를 적발한 후, 국세청에 통보해 총 322억원을 추징 조치했다.
관세청이 공개한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재산을 도피하거나 은닉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관세청이 조세피난처 관련 불법 외환거래를 적발한 실적은, 2008년 2065억원, 2009년 3363억원, 2010년 4579억원, 2011년 1조3888억원으로 급격하게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9305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적발된 금액이 3218원을 기록,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불법 외환거래 실적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해외직접투자를 가장한 조세피난처로의 국외도피, 역외탈세를 비롯해 중계무역을 가장하거나 수출입가격 조작을 통한 페이퍼컴퍼니로의 불법송금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며 "선박·해운업계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선박을 등록해 운항수입을 해외에 은닉하는 것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