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세청이 공개한 조세피난처 역외탈세 유형 및 소득탈루 방법을 살펴보면, 대재산가 등 역외탈세혐의자들이 얼마나 지능적이고 치밀하게 준비했는지 알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모기업 사주 A씨는 중국과 동남아 현지에 생산공장을 설립해 사업을 영위하면서 현지공장 이익은 지주회사인 홍콩의 페이퍼컴퍼니에 배당하고 이를 해외비밀계좌에 은닉하는 방식으로 소득신고를 누락했다.
또한 동남아 현지공장이 버진아일랜드 소재 페이퍼컴퍼니를 우회해서 수출토록 사업구조를 설계해서 이에 따른 무역소득도 해외비밀계좌에 은닉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A씨에게 소득세 299억원을 추징하고,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과태료 20억원을 부과했다.
전자부품 도매회사 사주 B씨는 우리나라보다 세율이 낮은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설립, 원재료 고가매입 등으로 현지법인에 소득을 이전한 뒤 거액의 급여와 배당소득을 해외계좌로 수취하는 방식으로 종합소득세를 탈루했다.
특히 그는 싱가포르 현지법인과 사주의 매제가 운영하는 개인업체와의 가공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서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국세청은 법인세 등 71억원을 추징하고,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과태료 11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화학제품을 수입 중개회사 오너 C씨는 스위스에 은행계좌를 개설한 뒤 해외거래처로부터 받은 중개수수료를 스위스은행에 개설한 별도의 개인계좌로 빼돌리고 일부만 국내에서 소득을 올린 것처럼 꾸미는 방식으로 세금을 포탈했다.
C씨는 은닉자금을 이용해 해외 고가부동산을 취득하고 해외금융계좌신고도 하지 않았으며, 은닉자금 일부로 다시 국내로 몰래 반입시켜 국내 부동산 취득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투자업 회사 사주 D씨는 홍콩 법인설립 대행사를 통해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여기에 수십억원을 송금한 뒤 국내외 금융상품에 우회투자해서 투자수익을 올렸지만 원금을 뺀 나머지 소득은 아예 신고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
주유소를 운영하는 E씨는 가짜석유 판매업체로부터 247만 리터(약 46억원)을 구입한 뒤 이를 소비자들에게 몰래 판매했다. 특히 그는 금융정보분석원(FIU) 관리망을 피하기 위해 판매대금을 1900만원씩 분할해서 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로 입금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는 국세청 조사과정에서 폐업 신고를 낸 뒤 다른 지역에서도 가짜석유를 계속 판매하기 위해 일부 폐업 주유소를 물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세청은 E씨에 교통세, 교육세 등 18억원을 추징하고 검찰고발 조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