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세심판원에서 처리한 조세불복 심판청구 사건은 6444건. 납세자들이 접수한 조세불복 사건 업무를 담당하는 심판원 직원들이 1인당 처리하는 심판청구 건수만 무려 122건에 달한다.
약 100명에 불과한 심판원 조직·인력 규모로는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납세자들의 심판청구를 신속·정확하게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
국세청 등 과세관청의 잘못된 세법해석과 불합리한 세금부과를 시정해 납세자들의 권리구제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조세심판원은 그동안 턱없이 부족한 조직과 인력여건 아래서도 업무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납세자들을 직접 찾아가는 현장행정을 강화하며 심판업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해왔다.
하지만 최근 박근혜 정부가 임기 5년 동안 135조원의 국정과제 이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입확충 노력을 강화할 방침이어서, 앞으로 세무조사 확대 등에 따른 납세자들의 조세불복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박종성 조세심판원장(사진)도 이와 같은 상황을 감안, 앞으로 보다 신속하게 심판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심판원 조직운영의 효율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한층 충실하고 꼼꼼한 조사와 검토를 위해 조직·인력확대에도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심판원에 대한 납세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심판결정 과정에 납세자 참여율을 높이고, 심판관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전국순회심판관회의도 더욱 활성화하기로 했다.
박 원장은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에서 "급증하는 심판청구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조직운영의 효율화와 인력증원을 병행 추진할 것"이라며 "직접 현장을 방문해 납세자 의견을 듣는 순회심판관회의도 활성화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담 :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 정리 : 장은석 기자, 사진 : 김용진 기자)
Q.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심판원과 함께 하셨다. 그만큼 심판원이 안고 있는 여러 현안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고 계실 것이다. 그동안 심판원 근무에 대한 소회와 함께 심판원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들은 무엇이며, 개선책을 비롯한 전체적인 심판원 운영방향이 궁금하다.
☞ 공직생활의 주요 기간을 심판원과 함께 했다. 심판원에서 사무관, 조사관, 행정실장 등을 거쳐 심판관으로 근무하면서 심판원에는 많은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다.
지난 정부 조직개편시 통합불복 기관으로서 설립된 후 조세심판원은 조세불복 사건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등 납세자 권리보호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청구사건이 증가하는 와중에서도 처리건수 증가, 평균처리일수 단축 등의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심판업무 및 조직운영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사항도 나타났다. 조세심판 업무와 관련해서는 증가하는 사건과 비교해 제한된 인력여건, 인용사건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등 여건상 심판사건을 충실히 조사·검토하면서 법정처리기한인 90일 이내에 사건을 처리하는데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급증하는 심판청구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서는 조직운영의 효율화와 인력증원을 병행 추진할 것이며, 유관기관과의 협업 및 인사교류 등을 추진하고, 청렴도 제고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
Q. '소수정예'로 운영되는 심판원은 지금도 업무량에 비해 조직·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여전히 많다. 비록 쉽지 않은 일이지만 심판원 조직확대와 업무효율성 제고를 위해 어떤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국세청 직원은 2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심판원 인원은 고작 100명 수준이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0.5%에 불과하다. 결국 국세청 직원 200명을 심판원 직원 1명이 담당하는 상황이다.
심판원은 국세뿐만 아니라 관세, 지방세 등 모든 세금을 담당하고 있다. 업무효율성 제고나 전문성 향상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무엇보다 충실한 조사·검토를 통한 납세자 권리구제를 위해 조직확대가 필요하다.
신속한 심판사건 처리를 위한 적정 조직·인력 분석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조직당국과 심판원 조직확대를 위해 협의할 예정이다. 정부조직의 효율적 운영과 민생·복지분야 등의 인력수요 급증으로 심판원 조직을 확대하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관계당국을 상대로 납세자 권리보호에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점을 설득시키는 등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
이외에도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심판부의 책임있는 의결, 조정검토 권한이 있는 행정실의 관여 제한, 합동회의 부의사건 축소 등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추진하겠다.
Q. 심판결정 과정에서 납세자들의 참여 및 의견개진이 아직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납세자들을 위한 심판절차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 지난해 결정된 사건 중 납세자가 심판관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진술한 사건의 비율이 거의 절반인 45.1%다. 2011년 의견진술 비율이 30.8%에 불과했던 점에 비춰 보면 크게 늘었지만, 많은 청구인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심판관회의에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설명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계실 것이다.
심판결정 과정에서 납세자 참여가 증가하는 경우 납세자가 쉽게 심판결정을 납득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조세심판원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이 과세관청과 납세자의 중간에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납세자 참여가 늘어나는 만큼 과세관청에도 항변을 위한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제한없는 참여를 허락한다면 결국 신속한 납세자 권리구제라는 심판원의 중요한 가치가 침해될 수도 있다.
조세심판은 소수의 인력으로 다수의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서면심리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이를 보완하고자 의견진술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의견진술을 무한정 확대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제한이 있다. 납세자 참여 확대와 신속한 결정 사이에 조화가 필요하다.
Q. 심판원이 지난해 12월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하며 서울 및 수도권 납세자들의 불편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은 물론 충청권 이외의 지방 납세자들의 편익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실제로 심판원에 접수되는 사건의 약 3/4 가량이 수도권 납세자가 제기한 것이다. 많은 세무대리인들이 수도권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심판청구 사건과 직접 관련된 당사자가 수도권에 소재하는 비율은 더욱 높을 것이다.
아무리 대중교통이 좋아졌다고 해도 수도권에서 세종시까지 이동할 때 걸리는 시간이 큰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사실 이 점이 세종시 이전 이후 조세심판원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현재 수도권 납세자가 의견진술 등을 위해 세종시까지 오시지 않더라도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설치한 영상회의장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심판관회의에서 의견진술을 할 수 있다. 심판청구서 접수도 가능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당사자간 직접 대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해 심판관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납세자 의견을 듣는 순회심판관회의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특히 영세납세자를 담당하는 소액심판부는 창성동 별관에서 심판관회의를 개최한다.
외부에서 수도권 분원 설치에 대한 논의가 있는데 심판청구의 추세, 수도권 납세자의 형편, 기타 외국의 사례 등을 봐 가면서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Q. 많은 업무량에 더해 세종시 이전으로 심판원 직원들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 심판원 수장으로서 직원들과 납세자들, 조세일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 부탁드린다.
☞ 우선 조세심판원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신뢰하고 계시는 납세자분들과 조세일보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조세심판원 발전에 필요한 좋은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지 알려 주시길 부탁드린다. 항상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겠다.
지난해 12월 세종시 이전, 올해 초 새 정부 출범에 이어 신임 원장 부임에 이르기까지 조세심판원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납세자 권리구제라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있는 심판원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한눈에 봐도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선이 굵은 외모의 박종성 조세심판원장은 평소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업무에 있어서도 부하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며 합리적인 일 처리로 심판원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박 원장은 집에서 상당히 자상한 '애처가'로 통한다. 최근 조세심판원이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하면서 '부부 금슬'은 더 좋아졌다.
야근을 밥먹듯이 해야하는 기본 업무량은 여전하지만 그나마 바쁜 서울 생활에서 벗어나 세종시로 내려온 이후 부부 사이의 시간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서울에서 근무할 때는 평일에는 평일, 주말은 주말대로 바빠서 아내와 대화할 시간이 적었다"며 "오히려 세종시에 내려와서 아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금요일 저녁에 서울에 오면 일요일 저녁에 아내와 함께 세종시로 내려온다"며 "아내가 세종시에 마련한 집이 새집이라 깔끔하고 그래서 그런지 '신혼살림' 같은 느낌을 받아 즐겁게 내려오고 있다. 세종시 와서 부부 금슬이 더 좋아졌다"고 전했다.
세종시로 오면서 좋아진 건 금슬뿐만이 아니다. 박 원장은 세종시로 내려오면서 더 건강해졌다. 숙소 뒤에 있는 작은 산을 매일 아침마다 1시간 가량 오르내리며 운동을 하고, 등산으로 맑아진 머릿속에 향후 심판원 운영방향도 구상하고 있다.
박 원장은 "집 뒤에 조그만 산이 있는데 아침 6시반에 일어나 한바퀴 돌고, 마련된 운동기구로 운동도 한다. 다 씻고 출근하는데 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며 "서울에서 일할 때는 출퇴근하기 바빴는데 여기 와서 운동하면서 배도 많이 들어갔다"고 웃었다.
박 원장은 세종시로 이주한 직원들을 챙기는데도 열심이다. 갑자기 가족들과 떨어져 외로운 타지 생활을 하게 된 직원들이 무척이나 걱정되고 안쓰럽기 때문이다.
심판원의 수장이자 '큰형님'으로서 지난 주 심판원 전체 직원들과 함께 워크샵을 개최해 식사도 같이 하며 직원들 한명 한명을 격려했다는 후문이다.
박 원장은 "세종시로 내려오면서 아직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도 있고, 직원들 숙소가 첫마을, 오송, 조치원, 대전 등 여러 지역으로 떨어져 저녁시간에 한자리에 모이기 어렵다"며 "요즘은 행정실, 심판부 등 소규모로 그룹을 만들어 직원들과 자주 만나서 소주도 마신다"고 전했다.
한편 박 원장의 자신의 주량이 '소주 2병' 정도가 딱 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주 2병 정도 마시면 취한다"며 "우리 직원들과 함께 소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가장 좋더라"고 밝혔다.
[약력]
▲1956년 ▲전북 옥구 ▲군산동고-서울대 역사학과,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 ▲행정고시 25회
▲국세심판소 조사관실·행정실, 재정경제부 세제실, 헌법재판소 파견, 한국국제조세교육센터, 국세심판원 조사관, 조세심판원 행정실장,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 조세심판원장(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