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뉴스타파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시공사 대표의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 의혹을 공개함에 따라, 검찰·국세청 등 사정당국의 후속조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전 씨가 버진아일랜드에 만든 '블루 아도니스'라는 법인이 외형상 자본금 5만 달러로 등록했지만, 실제로는 1달러짜리 주식 한주에 불과한 전형적인 '유령법인'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와 연계된 금융계좌 거래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 전 前 대통령 비자금 환수 시발점 될까? = 우선 이번 계좌거래 공개로 그동안 답보상태에 머물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 조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불법 비자금 조성혐의로 지난 1997년 법원으로부터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으나 이 중 1673억원은 '재산 부족'을 이유로 납부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선고 이후 자산매각 등을 통해 312억원을 자진 납부한 그는, 2002년엔 1억1200만원, 2003년엔 18억2750만원을 냈으며 2004년에는 부인 이순자씨가 130억원을 대납하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여전히 재산부족을 이유로 추징금 납부를 거부 중인데, 특히 그가 지난 2003년 "전 재산이 29만원뿐이다"라고 주장한 일화는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검찰은 올해 초부터 채동욱 검찰총장 지시로 특별조사팀까지 꾸려 비자금 환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전 전 대통령에 선고된 추징금 시효가 올해 10월 만료돼 불과 3~4개월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 전 대통령의 장남이자 출판업계 '큰 손' 전재국씨가 과세당국의 눈을 피해 해외금융계좌 거래를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시효임박으로 궁지에 몰린 사정당국에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전재국씨가 버진아일랜드 유령법인을 통해 계좌를 튼 아랍은행은 일반 개인거래는 취급하지 않고, 거액 대재산가들의 자산을 종합 관리하는 '프라이빗 뱅킹' 성격으로 해당 금융계좌에서 상당 금액의 돈이 오고 갔다는 의혹도 제기된 터여서 조사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국세청, 전재국씨 과세여부 검토할 듯 = 검찰의 추징금 환수조사와 별도로 국세청은 전재국씨의 역외탈세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뉴스타파) 발표내용을 봤는데 충분히 조사해 볼 만한 근거가 있는 것 같다"며 "만약 조사에 들어간다면 그동안 축적된 자료를 근거로 검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재국씨는 국내 대표적인 출판업체 시공사의 대표이사이자, 대형서점 체인인 리브로 1대 주주로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고로 뉴스타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재국씨는 2004년 7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블루 아도니스의 단독 등기이사로, 주소지로 기재한 서초동은 현재 그가 대표로 있는 시공사 주소와도 일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그동안의 세무조사 자료 등을 토대로 전재국씨의 역외탈세 혐의에 대한 검증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만약 해당 자금 흐름에 전 전 대통령이 개입됐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증여세 등 과세여부도 검토대상에 올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세청은 뉴스타파가 발표근거로 삼고 있는 ICIJ(국제탐사언론인협회) 자료와는 별개로 최근 미국, 영국, 호주 국세청이 공동조사를 통해 확보한 역외탈세 의심거래 혐의정보 입수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달 말 유럽, 미국과의 정보교환회의 참석차 국제조사과장을 출장길에 보내면서,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 관련자 명단 입수여부를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안팎에선 뉴스타파의 발표내용과 3개국 역외탈세 의심거래 중 버진아일랜드와 관련된 부분이 상당 부분 중복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