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친 여파로 횡단보도 밖에서 걷던 보행자가 상해를 입었다면 운전자는 횡단보도 밖의 보행자에게도 동일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횡단보도 밖을 걷는 보행자라 하더라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다치게 한 사건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인해 상해를 입혔다면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의 위반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운전자 A씨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B씨를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B씨의 부축을 받아 횡단보도 바깥으로 걷고 있던 C씨가 넘어지게 만들어 상해를 입혔다.
운전자 A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C씨의 경우 횡단보도 밖을 걷다가 사고를 당했으므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으로 다룰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A씨를 기소한 검사는 C씨의 상해는 A씨가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운전한 업무상 과실로 야기된 것이고, 횡단보도를 걷던 B씨에 상해를 입힌 것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이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에서는 1,2심과 대법원 사이에 판결이 엇갈렸다.
1,2심에서는 이 법의 입법취지가 횡단보도는 운전자의 주의의무뿐만 아니라 보행자 쪽에서도 생명·신체의 안전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포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은 이에 따라 B씨의 부축을 받아 횡단보도 밖을 보행하던 C씨와 관련해서 이 법에 의한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공소를 기각하거나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관련법이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는 때에는 그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하여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차의 운전자가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하고 이로 인하여 2차적인 상해가 발생하면 그 운전자는 그로 인한 처벌을 면하지 못하게 된다고 판시했다.
즉, 횡단보도 보행자에 대한 운전자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행위와 상해의 결과 사이에 직접적인 원인관계가 존재하는 한 상해가 횡단보도 보행자 아닌 제3자에게 발생한 경우라도 법에서 정하는 처벌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으로 환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