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최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관세청이 백방으로 뛰고 있는 가운데, 관세청 안팎에서는 이 같은 노력이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형성되고 있다.
관세청은 현 정부 출범 직후, 지하경제 양성화를 최우선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조사인력 증원 및 조사비율 상향 조정 등 인프라를 대폭 확충했다. 관세청은 올해 1조4000억원 등 향후 5년 동안 10조원의 세수를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확보하겠다는 계획.
이는 박근혜 정부 공약가계부 상 소요재원 134조8000억원 대비, 결코 적지 않은 규모.
하지만 관세청의 고질적 문제나 다름없는 '인력 부족'이란 상황이 전혀 개선될 여지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관세행정 초점이 급속히 지하경제 양성화로 옮겨가면서 중장기적으로 '역효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같은 역효과 형성을 차단하고 정책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인력 확충 등과 같은 특단의 대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 "통관 업무 인력 증원 시급하다" = 관세청은 최근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단을 구성하고 인력을 대폭 확충했다. 122명이던 관세조사인력을 247명으로 늘리고 그동안 없었던 40명 규모의 정보분석 전담팀까지 별도 신설한 것이다.
다만 조사인력과 정보분석 전담팀 구성 등이 신규 충원된 인력을 활용한 것이 아닌 기존 인력을 바탕으로 조직개편을 통해 단행됐다. 그동안 타 업무에 투입되어 있던 인력들이 지하경제 양성화 업무에 재배치 된 것이다.
관세청의 인력이 충분하다면 인력 재배치를 해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현재 관세청은 짊어지고 있는 업무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2013년 5월 현재 4550명 수준인 관세청 인력은, 소폭의 증감을 거듭했지만 20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특히 해가 갈수록 국내외를 오고가는 여행객의 숫자가 늘어나고, FTA로 인해 관세 장벽이 낮아지면서 교역량도 꾸준히 증가(수출금액 2009년 3435억달러→2012년 5478억달러, 수입금액 2009년 4352억달러→2012년 5195억달러), 통관 분야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다.
늘어나는 교역량에 맞게 수출입 통관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 수를 시급히 확충해야만 통관 검사비율을 유지할 수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1980년대 통관 검사비율은 전체 화물 중 70%였지만 현재는 2~3%에 불과한 실정이다.
수출입하는 물건 100개 중 2~3개만 선별적으로 검사한다는 것이다.
관세청 내부에서는 이미 낮은 통관 검사비율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된 상태. 통관 검사비율이 적으면 그만큼 밀수나 탈세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관세사 업계도 이 부분에 대한 문제를 깊게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밀수야말로 지하경제의 한 축이고 관세청이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임에도 불구, 지하경제 양성화에 지나치게 몰입, 한 명의 인력이라도 아쉬운 상황에 처해 있는 통관 인력 문제는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인력 확충 없이는 지하경제 양성화 동력 유지 못한다?" = 관세청 내부에서는 수출입 통관이나 여행자 휴대품 검사만 제대로 해도 어느 정도 추가 적인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도록 상당수준의 인력충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맹목적인 지하경제 양성화에 조직원들을 동원하기보다는 관세청 소관 분야에 스며 있는 지하경제의 규모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투입하는 한층 세련된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관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단을 꾸리면서 지하경제 규모가 47조원이라고 추정했지만 어떻게 이 같은 수치가 도출됐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부재한 상황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하경제 규모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없기 때문에 검사비율을 몇 프로까지 끌어올리면 얼마의 세수가 확보될지 조차 짐작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하경제 양성화는 어떤 측면에서 보면 단기적 성과일 수 있다. 하지만 밀수단속 등 경제국경을 지키는 일은 관세청의 존재 이유"라며 "기본적으로 이 부분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아야만 지하경제 양성화 등 추가적인 정책목표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통관 검사비율을 높이는 문제가 역외탈세와 지하경제 양성화 등에 밀리고 있다"며 "통관 검사비율을 높이는 것은 어떤 인물이 청장이 되더라도 해결방안을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관세청이 급변하는 무역환경에서 어떻게 통관 검사비율을 높일 것인지, 인력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등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