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일각 "종부세, 지방세 전환 검토해야"…야권 반발 가능성 커
野 "종부세, 부동산 과다보유 억제책…국세로 유지해야"
지난 6월말로 취득세 감면이 종료됨에 따라 정부에서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 인하를 검토하면서 지방재정 확충방안으로 종합부동산세의 지방세 전환이 고려되는 가운데,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 일각에서도 찬성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하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을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어 향후, '종부세의 지방세 전환'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심해질 전망이다.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안전행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취득세제가 거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데 공감하고, 이를 낮추는 것과 함께 지방세수 보전 차원에서 ▲보유세(재산세) 인상 ▲부가가치세의 5%인 지방소비세율의 상향조정 ▲국세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지방세 전환 등 3가지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여당 일각 "지방재정 확충 위해 종부세, 지방세 전환 검토" = 이에 새누리당 '경제통'인 이혜훈 최고위원은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취득세 감면시한 종료 후, 취득세율이 원상회복되어 현재의 취득세율이 너무 높다"며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취득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취득세를 인하하면 지방세수가 부족해진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종합부동산세를 국세로 하지 말고 지방세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며 "다만 지방세로 하게 되면 발생하는 지방간 격차(전국단위로 종합 과세 불가능)는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의 검토 방침에 동조했다.
종부세는 부동산을 종합적으로 합산하여 과세되는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 억제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전국적으로 부동산을 과도하게 보유한 사람에 대해 세금 강화를 해 과세형평을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 2005년 참여정부 당시 만들어졌지만 부동산 부자들에게 '징벌적으로 부과'하는 성격이 강해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으로부터 '세금폭탄'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이후, 2006년 세대별 합산으로 변경됐지만 2008년 말 이 부분이 위헌판결을 받게 되면서 이명박 정부는 개인별 합산으로 재변경하고 과세 기준을 주택 공시지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투기세력과 고소득층에 대한 대폭적인 감세가 이어졌고, 이러한 '종부세 완화'는 야권의 극렬한 반발과 국민적 비판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종부세의 지방세 전환은 전국단위의 부동산을 보유한 '땅 부자'들에 대한 과세가 사실상 어려워져 종부세 '무력화'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에서 종부세의 지방세 전환을 검토한다는 것을 아직 들은 바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지방세와 국세에 대한 세수배분 문제는 국회 예산재정개혁특위에서 큰 틀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 종부세 지방세 전환 시도할 경우…야권 '무력화' 반발 예상 = 하지만, 정부가 지방재원 확충 방안으로 지방세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여당 대 야당' 정책 대립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움직임에 야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종부세를 첫 시행했던 지난 2005년 국세청장을 역임했던 이용섭 의원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지난 8일 인터넷 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지방세수 확보 차원에서 종부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재산을 자기 지역에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서울에 사는 사람이 강원에도 투기하고 여수에도 투기한다. 그래서 이 전체(부동산)를 모아 누진율을 적용하자는 것"이라며 "때문에 이것(종부세)을 국세로 한 것이고 누진율을 적용해 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관련 내용에 대해 "종부세는 전국에 있는 부동산을 종합해서 누진세율로 과세해서 불필요한 부동산을 과다 보유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것인데 지방세로 내려 보내면 전국단위로 종합해서 과세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하나 문제는 종부세는 한정된 자원인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유용해야하는데 지방세로 내려 보내면 정책수단으로서의 유용성을 발휘할 수 없다"고 거듭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정부가 종부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보일 경우,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이명박 정부에서 종부세 완화로 특혜를 본 건 MB 정부 청와대 사람들 아니었나. 지방세 전환은 지자체에서 하는 건데 부동산 투기에 대한 세금을 매길 대안 없이 하는 건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