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주택거래 취득세율 영구 인하 방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지방세 수입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지자체 주요 세원인 취득세를 영구적으로 감면할 경우, 가뜩이 곳간이 바닥난 지방재정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이유다.
특히 그동안 취득세 인하 효과가 단기적인 주택거래 '반짝' 증가에 그쳤고, 취득세 감면이 종료되면 거래절벽 문제까지 발생하는 등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9일 정부의 주택 취득세율 영구 인하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최근 정부는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율을 영구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세종시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득세를 낮추고 재산세를 비롯한 보유세를 높이는 쪽으로 관련 부처에 제안해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취득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주던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을 반복적으로 시행하기 보다, 현행 4%인 취득세율을 1~2% 가량으로 영구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서 장관은 "그렇게 될 경우 지자체의 세수가 안정적으로 확보되고, 주택거래 시장도 자연스럽게 정상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 장관의 이와 같은 발언 이후 안전행정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중앙정부의 취득세율 영구 인하 추진에 대한 거센 반대가 이어졌다.
안행부는 지난 1일 긴급 브리핑을 개최하고, 취득세 영구 인하 방침에 강력히 반대했다. 이주석 안행부 지방재정세제실장은 취득세율 영구 인하가 필요하다는 서승환 국토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매우 앞서간 것으로 주무부처가 아닌 쪽에서 이런 얘기가 나와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지난달 7일 4·1부동산 후속조치 관련 4차 당·정·청 정책협의회에서 올해 하반기에 취득세율 감면 연장을 하지 않기로 한 게 정부의 마지막 공식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동안 개별적으로 국토부 및 중앙정부의 취득세율 영구 인하 방침에 반대해왔던 전국 17개 지자체는 이날 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선 시도지사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중앙정부가 그동안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반복적으로 시행했던 취득세 감면 정책이 실제 주택거래 정상화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지방재정만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시도지사협의회는 "취득세는 지방정부 세수의 약 40%를 차지하는 주요 세원이지만, 정부는 주택경기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2005년 이후부터 취득세 인하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왔다"며 "그러나 부동산 경기 활성화는 주택가격 전망에 따라 구매수요가 결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정부의 취득세 인하 효과는 주택구입시점을 앞당기는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해, 취득세 감면 후에는 거래가 급격히 줄어드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가 취득세율을 영구적으로 인하하고 세수보전을 위해 보유세인 재산세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오히려 주택구매 수요를 더욱 위축시켜 주택거래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도지사협의회는 "고령인구 증가추세에 접어드는 시기에 보유세인 재산세를 대폭 강화하면 오히려 주택구매 욕구를 위축시킨다"며 "주택거래의 감소와 전·월세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예상되므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마지막으로 "취득세 인하 및 재산세 인상이라는 정책방향이 지방세수 감소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혼란만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므로 취득세율 영구인하 논의 중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