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았거나 그 결과 치료, 입원, 수술, 투약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 문구는 보험계약 청약서에 흔히 등장하는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에 나오는 질문이다.
만약 3개월 보다 이전에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을 받았다면 질문서에 과감히 '아니오'라고 답변해도 괜찮을까?
가정주부 A씨는 지난 2009년 8월 모 대학병원으로부터 '고등급 편평상피내 병변' 진단을 받았다. 자궁암까지 발전하진 않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산부인과에 방문해 상담을 받으라는 것이 담당의사의 소견.
평소 병원 찾기를 꺼렸던 A씨는 어쨌든 암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보험하나는 들어놔야겠다는 생각에 이듬해부터 보험 상품을 알아봤다.
M 보험사의 계약서를 받아든 A씨는 건강에 대해 묻는 모든 문항에 '아니오'라고 답변했다. 건강검진을 받은 지 이미 3개월이 넘었고, 묻지도 않은 질문에 대답했다가 혹여 나중에 불리한 일이 생길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예감은 꼭 맞아떨어졌다. 1년 뒤 자궁경부에서 암세포가 발견돼 수술 및 입원치료를 받게 된 것.
곧바로 암 진단비와 입원일당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험가입 전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를 숨겼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할 처지였다.
순식간에 '보험 사기꾼'으로 전락할 뻔한 A씨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판결이 나고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보험사가 제시한 문답에 사실대로 기입한 것만으로도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것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위원회는 계약서의 질문표에는 나와 있지 않더라도 가입자가 건강검진 소견을 악의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은 보험사 측에 있다고 판단, 이를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