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블로거 김용준
1990년대 우리·외환 이어 2007년 하나은행 진출
외국은행들 기업금융 치중, 개인금융은 '블루오션'
'오토바이 파이낸싱' 잠재력 크면서 부실 우려도
국내총생산(GDP) 9282억달러(세계 16위), 인구 2억5000만명(세계 4위)의 인도네시아. 2000년대 중반 아시아 신흥국가로 떠오른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은행업을 영위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 후 심각한 환율 변동을 겪으면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금융 규제를 시작, 외국은행들의 진입을 막고 있지만, 이에 앞서 현지에 진출한 금융회사들은 자카르타가 미래의 수익을 보장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국내의 금융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를 넘어서 수익성 한계에 부딪친 상황. 좁은 시장에서의 영업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정부조차 국내 금융업을 낙관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우리·외환은행이 1990~1992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기업금융의 문을 열었고, 이어 하나은행이 2007년 영업을 시작한 뒤 최근 들어 소매금융을 확대하고 있다.
■ 경상수지 적자 GDP의 3%…전문가들 "신흥국 중 안전한 편" = 인도네시아 경제는 석탄과 팜오일, 천연가스 등 자원에 의존하는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지난해 경상수지가 242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인도나 베트남 등 다른 신흥국가들과 비교할 때 인도네시아 경제는 안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3%에 달했으나, 베트남의 경우 4~7%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절반의 수준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윤여필 차장은 "인도네시아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며 세계적인 경제 위기 탓이다"고 분석했다.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기업 활동이 떨어지면 대출 전반이 위축되고 부실 대출도 증가할 위험이 있지만,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은 아시아 신흥국가 중 매우 건실한 편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 현지 금융회사들 "위기 속의 기회다" = 자카르타 현지에는 현재 120개 은행이 난립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지만, 상위 4개 중 3곳이 인도네시아 국영은행이다. 상위 20개는 전체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상위 20개 중 외국계 은행은 CIMB(말레이시아), OCBC, UOB(싱가포르), HSBC(영국), 씨티그룹(미국), 미쓰비시도쿄UFJ(일본) 등이다. 우리은행과 외환은행, 하나은행은 64~67위 사이에 랭크돼있다.
그러나 자카르타는 개인을 상대로 소매영업을 하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무엇보다 신용 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있지 않고 차주의 평판에 의존한다. 은행 간 정보가 교류되지만 매우 제한적으로 공유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기업금융을 타깃으로 하는데, 일부는 개인금융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호주ANZ은행은 개인금융을 비즈니스모델로 삼고 영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2007년 자카르타에 진출해, 450명 정도의 직원을 현지에 파견한 하나은행도 개인금융을 장기적인 비즈니스모델로 구축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이 전체의 75%에 달하고 기업뿐 아니라 자영업 종사자들에게도 대출을 해준다. 상당수가 인도네시아 국적의 현지인들이다. 예금 및 대출 고객은 2만명이며 이 중 90% 이상이 한국계가 아니다. 예금액을 기준으로 한국인 비중은 58%이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에서 근무 중인 권세환 부장은 "리테일뱅킹을 하려면 네트워크 스케일이 커야 하는데, 200~300개 영업망을 갖춰야 순수 현지 영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5~10년 후를 내다보면 지금의 비즈니스모델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 "오토바이 자금 빌려드립니다" 한국의 자동차 할부금융? = 시중은행뿐 아니라 멀티파이낸싱, 즉 캐피털 회사들은 자동차와 오토바이 할부금융을 통해 수수료를 얻거나 부실채권 매각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자카르타에서 오토바이는 부(富)와 젊음을 상징한다. 대중교통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인도네시아에서 오토바이는 대표적인 교통수단인데, 한 달 소득이 1000달러 이상이면 대부분이 오토바이를 구매한다. 인도네시아 오토바이 제조협회는 "앞으로 20년 동안 오토바이 판매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오토바이 붐(Boom)은 사실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공통된 현상이다. 중국·인도·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의 오토바이 판매량은 전 세계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자동차와 오토바이 판매 중 80%는 할부금융을 통해 이뤄졌다. 특히 오토바이 할부금융 시장은 최근 2~3년 동안 연 30%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의 GDP 대비 오토바이 가격은 한국의 자동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리스크 관리 능력이다. 2000년대 국제부흥개발은행 IBRD에서 근무한 금융위원회의 고위 관계자는 "오토바이는 기동성이 뛰어나고 경제활동을 위한 필수품처럼 인식되지만 자동차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평판에 의존한 담보대출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토바이 파이낸싱은 제2~3금융권이 아닌 시중은행들이 진출을 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과 달리 오토바이는 굴러가는 유체동산이라 부실률이 굉장히 높다. 연체가 되면 몇 차례 통지 후 빠른 시간 안에 부실채권을 처분해버린다"며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것이 하나의 수익사업으로 운영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오토바이 파이낸싱을 하려면 판매 딜러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영기 금융감독원 상호여전감독국장은 "개인을 상대로 하는 금융은 오랜 시간 데이터를 축적하고 준비해야 한다"며 "은행이 예금을 받아서 대출하는 것과 달리 캐피털들은 자기자본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 오히려 경쟁력 있는 상품이 국내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잠재적인 먹거리를 찾을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롯데캐피탈과 신한캐피탈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