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인, 임차인 보증금 미반환 상태서 담보 받아
보험사, 임차인 보증금 지급 후 매도인에 구상권 청구
공인중개사 설명 의무위반 소송…1심 패소·2심 승소
대법원 “채무인수 법적성격 확인은 법률사무에 해당"
◆…사진=클립아트코리아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원고 A씨가 공인중개사 B씨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울산 중구에 한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A씨는 2018년 11월 한국에너지공단과 보증금 2억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A씨는 공단과 계약을 유지한 채 지난 2020년 5월 공인중개사 B씨의 중개로 매수인에게 아파트를 2억8000만원에 팔았다. A씨는 임대 보증금 2억원을 매수인에게 넘기고 나머지 8000만원을 받은 후 매수인 명의로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씨가 임차인인 공단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현행법상 주민등록이 없는 법인이 임차인일 경우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 채무를 매수인에게 넘기고 책임을 면제받으려면 임차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매수인은 공단에게 보증금 2억원을 지급하지 않은 채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 결국 아파트는 경매로 넘어갔고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공단 측은 보험사를 통해 보험금을 돌려받았다. 이후 보험사는 A씨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내 2억원 배상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A씨는 "공인중개사가 중개대상물의 상태와 권리 관계 등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아 손해를 봤다"며 B씨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반면 2심은 공인중개사가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공인중개사의 중개 행위는 계약 당사자 사이의 매매 등 법률 행위가 성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을 가리는 행위는 법률 사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중개 과정에서 그릇된 정보를 전달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에 관해 조사·확인해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신의를 지켜 성실하게 중개 행위를 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