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KDB산업은행이 대기업과의 유착으로 국가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재원을 투입하고 채무 기업들에는 사외(社外)이사를 파견하면서도 대기업의 부실과 비리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어, 은행은 이익을 취하면서 국가에는 손실을 끼치고 있다는 비판이다.
2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최근 STX 및 동양그룹 부실 사태의 책임이 채권자인 산업은행과의 유착에 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산업은행이 동양 계열사인 동양시멘트에 빌려준 여신 잔액은 올해 9월 4762억원. 또 산업은행이 동양 계열사에 파견하거나 재취업시킨 사외이사는 2000년 이후 13명에 이른다.
그동안 산업은행은 채무 기업들에 재무 감독을 명분으로 경영진을 파견, 채권은행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엄낙용, 정건용 전(前) 산은 총재는 동양생명과 동양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했으며 이윤우 전 부총재는 동양시멘트 부회장을 지냈다.
현 홍기택 산은 회장도 2001년부터 9년 동안 동양증권 사외이사로 근무했다.
산업은행에서 동양그룹 채무를 담당하는 기업금융4실은 동양 계열사에 주기적으로 비상근이사를 파견, 이사회에 참여시켰으나 실제로는 방만한 경영과 부실을 제때 감시하지 못했다.
민병두 의원은 "동양그룹이 금융회사인 동양증권을 사금고화하는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이를 견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대우조선해양 납품 비리 사건에서도 산은 출신인 김갑중 부사장, 권영민 비상근이사가 관리 감독을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게 민 의원 측 주장.
한편 산업은행과 대기업 간 유착은 오랜 기간 금융권 안팎에서도 문제가 제기돼온 바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정책금융을 이유로 대기업 계열사를 소유하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기형적 백화점 같은 기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