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이 타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23일로 예정된 현대상선[011200]의 정기 주주총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주말 열린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3주기 행사에서 금강고려화학(KCC)과 현대그룹이 극적 화해에 실패하면서 양측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2일 현대측에 따르면 이번 주총에서는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 이사보수 한도변경 등의 안건이 있으나 최대 관심사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정몽진 KCC 회장이 격돌하는 이사 선임 안건이다.
지난 5일 현대상선 이사회에서 현 회장은 회사 추천으로, 정 회장은 주주인 KCC추천으로 후보가 됐는데, 회사 정관상 이들 가운데 한명만 이사가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현 회장측의 상선 지분(현대엘리베이터 15.16％, 개인지분 2.81％,우리사주조합 0.93％)이 약 18％에 달해 정 회장측(KCC 6.93％)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 회장이 최근 지분 20％ 이상을 확보했다고 주장한데다 약 3.5％의 지분을 모았다고 밝힌 상선 소액주주모임도 KCC 지지를 선언해 박빙의 승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삼정회계법인이 17일 발표한 현대상선 감사보고서에서 분식회계 사실을 일부인정한 것이 현 회장측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이번 이사선임 승부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총(30일)을 앞두고 그룹 경영권 분쟁의 향배를 좌우하는 전기가 될 수 있어 양측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막판 '표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48.68％(외국인 18.76％ 포함)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치열한 위임장 확보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CC는 이날 오전 임원회의를 열고 주총 승리를 위한 전략을 최종 정리하고 최고 재무책임자(CFO)인 김문성 상무를 주총에서 대리인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KCC는 구체적인 의결권 확보율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지만 현대건설(8.69％)을 제외하고 20％ 이상의 우호지분을 확보했다고 장담하고 있다.
KCC 관계자는 "현대상선쪽에서 주주명부 열람를 뒤늦게 허용하는 바람에 시간이 짧아 불리한 점이 많았지만 적은 시간에 비해서는 비교적 높은 우호 지분율을 확보했다"며 "막판까지 전력을 다할 계획"고 전했다.
현대상선도 이날 주주 명부와 지금까지 확보한 위임장을 최종 점검하는 한편 KCC측의 동향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현대상선 고위 관계자는 "주총 직전까지 위임장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며 "KCC측이 실제로 20％ 이상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상선의 또다른 대주주인 현대건설(8.69％), 현대백화점(2.31％)은 이 날 일제히 중립을 선언했다.
현대건설 이지송 사장은 "상선 지분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없으며 주총에도관심없다"면서 "KCC나 현대그룹 어느 쪽에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백화점 관계자도 "상선 주총에서 어느쪽에도 의결권을 위임하지 않고 불참키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현대해상(1.94％), 현대자동차(0.55％) 등도 지금껏 중립입장을 고수해현대상선 주총에서도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