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제 신지애를 배출한 골프명문 함평골프고가 위기에 처해있다. 전남교육청과 함평교육청이 함평골프고와 학다리고의 부지 맞교환을 강행할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함평골프고의 학생, 학부모, 동문회, 교직원 등은 교육청의 부지 맞교환 계획이 현실성이 떨어져 함평골프고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미 통합 함평중학교 건립과 관련한 예산운용에서 실패한 사례를 목격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 오는 29일 함평골프고에서 총동문회체육대회를 열어 잘못된 교육행정의 시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가지는 등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함평골프고의 전신은 공립농잠실수학교로 함평군의 중고교 가운데 역사와 전통이 가장 깊은 학교이다. 그런데 전남교육청과 함평교육청은 함평골프고를 학다리고 부지로 내보내고 풍수적으로 명당으로 잘 알려진 함평골프고 자리에는 함평여고 학다리고 나산고가 통합된 새로운 거점학교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지난해 6월경 지역사회에서 큰 논란이 되고 함평골프고 동문회측의 반대가 거세자 당시 김승호 함평군교육장이 철회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1월 장만채 전남교육청 교육감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동문회장단과 학교운영위원단의 면담에서도 이 문제를 더 이상 재론하지 않겠다는 구두답변을 받아낸다. 연말경에 나온 함평군 거점고 신설에 대한 용역결과에서도 학다리고의 부지가 최적격부지로 선정돼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런데 지난 1월 열린 거점고육성추진 및 학교부지선정추진소위원회에서 갑자기 함평골프고의 부지와 학다리고의 부지 맞교환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됐다. 이러한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함평골프고측은 철저히 배제됐다.
이에 대해 함평골프고 동문회측은 “법치주의 국가에게 폐교가 될 학교도 아니고 신입생모집이 잘 되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립학교를 의견수렴 절차도 없다니 말이 되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함평군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거점고·통합중학교’ 설립계획은 개별 학교의 주체인 학생, 학부모, 동문회, 교직원을 배제한 채 진행돼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유독 학다리고측이 학교부지를 기부채납하고 거점고의 교명을 학다리고로 사용해 달라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뿐, 또 함평여고도 아직까지 학부모와 운영위원들 의견수렴도 덜 이루어진 상태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언론보도만 요란하다. 함평골프고를 학다리고 부지로 옮기면 300억 원을 들여 인근의 부지를 매입해 5만평 정도로 함평골프고의 교지를 확장해 준다는 것이다. 교사, 클럽하우스, 기숙사신축 등은 물론 간이골프장과 현대식 골프전문교육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이란다.
그런데 이같은 계획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이 없는게 문제다. 통합 함평중학교 신축공사비는 총230억 원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중학교 1개를 세우는데 이정도 예산이 들어가는데 300억 원으로는 함평골프고의 이전은 불가능하고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새로 이전하는 함평골프고에 간이골프장을 만들어주면서 학교에게 직접관리하게 하는 것은 국가예산의 낭비이고 애물단지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함평골프고 앞 정원에는 그린이 3면이 만들어져 있다. 이 3면의 그린잔디와 주변 인도까지 합쳐서 909평(3,000㎡)인데 이 관리도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교육행정의 실정이기 때문이다.
함평골프고의 자랑은 신지애 선수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의 배출도 있지만 한반도의 끝자락에 있는 시골학교에 도시학생들이 유학을 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학교의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함평골프고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함평골프고 동문회측은 이러한 함평골프고가 학다리고의 부지로 이전되면 폐교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함평교육청이 함평골프고 동문들을 위한 설명회에서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함평골프고와 학다리고의 부지교환이 끝나고 교육부의 승인이 나면, 2017년 3월1일 동시에 거점고가 개교되고, 함평골프고도 이전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3년간의 공사기간 동안 학생들의 수업과 골프 훈련계획은 전혀 세워져 있지 않았다.
함평이 고향이 아닌 학생들이 90%가 넘는 함평골프고 학생들은 학교가 이 모양으로 정상적인 수업과 운동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 미련없이 전학을 가버릴 수 있다는 것이 학교측의 우려이다. 그럴 경우 학교의 존립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일까. 먼저, 엄청난 국가예산을 들여 전문 감정기관에 용역을 맡겼으면 그 용역의 결과를 믿고 현 학다리고의 부지에 거점고의 신설을 추진함이 최선의 정답일 것이다. 그래도 지역발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부지맞교환을 한다고 하더라도 거점고의 신축보다 먼저 함평골프고가 들어갈 부지에 모든 시설물을 갖춘 다음 이전해야하는 것이 어느 측도 피해를 입지않는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교육부 장관, 전남교육청 교육감, 함평교육청 교육장, 함평거점고설립 추진위원, 함평거점고부지선정소위 위원들의 신중한 선택과 결정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