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와 이동 중 통화 더 위험
장시간 노출시 세포 조직기능 이상
현대인은 스마트폰 PC 헤어드라이기 전기장판 전자레인지 등 전자기기에 포위돼 있다. 평생 전자파에 노출된 채 살아가지만 그 위험성을 망각할 때가 많다. 전자파(electromagnetic wave)는 전기와 자기의 흐름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에너지로 원래 명칭은 전기자기파다. 0~1022㎐ 주파수 대역에 분포하면서 빛의 속도로 사방에 퍼져나간다. 전기장과 자기장이 번갈아가면서 파도처럼 퍼져나간다는 의미로 전자파라고 부른다.
전자파는 주파수(1초에 진동하는 횟수)가 높은 순서대로 감마선, X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전파로 구분된다. 이 중 전파는 주파수 3000㎓ 이하의 전자파로 장파(30㎑~300㎑), 중파(300㎑~3㎒), 단파(3㎒~30㎒), 초단파(30㎒~300㎒), 극초단파(300㎒~3㎓), 마이크로파(30㎓~300㎓) 등으로 이뤄진다.
2012년 한국전자파학회가 성인남녀 200명과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전자파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85%가 ‘해롭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국내외에서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전자파와 각종 질환의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아직 규명되지 않아 유해성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논란의 핵심은 송전탑 가전제품 등에서 나오는 ‘극저주파(0~1㎑)’와 스마트폰 무선전화기에서 발생하는 ‘무선주파수(3㎑ 이상)’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RAC)는 2011년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인체발암가능물질 2B’로 분류하기도 했다. 김윤신 한양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아직 정확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전자파가 암을 유발한다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라며 “그러나 전자파가 뇌종양, 수면방해, 신경과민, 백혈병 등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전자파 노출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과학적으로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지만 전자파는 열작용, 비(非)열작용, 자극작용 등을 통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열작용은 조직세포 온도를 단시간에 비정상적으로 상승시켜 세포의 기능이상 및 파괴를 유발한다.
주파수 100㎑ 이하 전자파는 신경계 이상, 10㎒~10㎓ 전자파는 과도한 열스트레스나 국부가열 현상을 일으킨다. 10㎓~300㎓ 전자파는 인체 내부에 깊이 침투할 수 없어 신체표면에서 피부질환을 유발한다. 열작용 피해가 가장 큰 신체부위는 뇌세포 등 조직세포, 수정체, 생식기 등이다. 비열작용은 대사 관련 미네랄의 자율기전과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에 이상을 초래해 두통, 기억력감퇴, 백혈병, 불임, 뇌종양 등을 유발한다. 자극작용은 1㎐~100㎑ 저주파가 교감신경이나 근육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전자파에 장시간 노출되면 세포나 조직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어린이, 임산부, 노약자 등은 위험성이 더 크다.
전자파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가전제품을 사용할 때 30㎝ 이상 거리를 유지하는 게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전자파 노출량을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숯과 선인장이 전자파를 차단한다는 속설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휴대폰은 안테나와 본체 연결부에서 전자파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안테나가 본체 오른쪽에 붙어 있다면 통화할 때 오른손으로 휴대폰을 손에 쥐고 얼굴 쪽으로 돌려 머리와 안테나 거리를 떨어뜨리는 게 좋다. 또 통화연결 중일 때 전자파 강도가 가장 세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통화 중 발생하는 전자파 강도는 엘리베이터처럼 밀폐된 장소일 때 7배, 대중교통 이용 등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 5배 증가한다.
김 교수는 “휴대폰은 전자파 피해가 가장 크게 우려되는 제품”이라며 “이어폰 핸즈프리를 이용하고 잠을 자거나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몸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오는 8월부터는 전자파 인체흡수율(SAR)을 기준으로 휴대폰의 유해성 등급을 구분하는 ‘휴대폰 유해성 등급제’가 실시된다. 인체 흡수율이 0.8W/㎏ 이하면 1등급, 0.8~1.6W/kg은 2등급으로 분류된다. 헬스오 박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