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우리證 합병으로 '1위' 증권사 탄생
정부 주도 구조조정에 소형사 퇴출 수순
증권사들 생존위해 IB·PB 등 전문성 모색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이 결정되며 금융투자업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향후 1년 안에 합병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대형 증권사들 순위가 뒤바뀔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더구나 정부 주도의 소형사 구조조정이 적극 진행중이라 금융투자업계는 생존을 위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평가다.
□대형사들 IB 통해 해외투자 살길 모색=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하면 자기자본 4조3300억원의 공룡 증권사가 된다. 현재 1위인 KDB대우증권의 자기자본은 약 3조원 후반대이다.
직원 수 3798명, 국내 영업점 수 131개 역시 업계 1위가 된다. NH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 법인명을 최대 1년까지 무료로 쓸 수 있는 권리를 취득했다. 양측이 주식 매매계약을 맺고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절차만 남았다.
NH금융은 다음 달쯤 합병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힐 계획. 시장에서는 합병 시기뿐 아니라 구조조정과 관련한 문제에도 관심이 쏠린다.
증권사의 영업 환경은 이미 오랜 시간 이어진 불황 탓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업계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지만 당장에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두 증권사의 합병에 대형 증권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우리투자증권을 포함해 KDB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투자은행(IB)으로서 기업 투자와 헤지펀드 등 브로커리지를 벗어난 업무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소형사들 전문성 요구돼, 증권사 수 줄어들 듯=최근 들어 소형사뿐 아니라 중견 규모의 증권사들도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자본 잠식에 빠진 증권사는 10개 이상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 수는 60개에서 50개 안팎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구조조정 규모를 예측할 순 없지만 시장에서 10개 정도로 보고 있다. 그동안 소형사들이 난립해온 구조를 바로잡고 전문성 있는 증권사들을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타이완 위안다(元大)증권에 인수된 동양증권을 비롯해 현대증권, 애플투자증권, 한맥투자증권 등 여러 증권사들이 매각을 결정했거나 폐업 수순을 밟았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정책도 증권사 재편에 힘을 싣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사가 대형 인수 합병(M&A)에 성공할 경우 사모펀드 운영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동시에 소형사들이 자금 융통을 위해 의존해온 콜(call)차입을 금지시켰다.
최근 영업용 순자본 비율(NCR)의 산정 방식이 변경된 것 역시 대형사에는 유리하지만 소형사에는 불리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형사들이 프라이빗 뱅킹(private banking)과 같이 전문성을 특화시킬 수 있는 사업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증권사가 인가만 받으면 호황을 누렸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정상화되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