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vs금융정책 충돌…전방위 압박
금융위 "정책 철회 아니다" 확대 해석 경계
새 정부의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으로 인해 그동안 금융 당국이 고수해 온 금융정책이 전면 위기를 맞고 있다.
2000년대 후반 부동산 거품을 조절하고 가계 부채 팽창을 막기 위해 도입한 'DTI·LTV'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DTI와 LTV는 부채 상환 비율(Debt to Income), 담보 인정 비율(loan to value ratio)의 약자로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금융시장 대표적인 규제이다. DTI·LTV 규제 완화는 결국 대출 한도를 늘리는 것이라,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면서 당국이 규제를 강화해 왔다.
19일 열린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DTI, LTV가 금융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실무 지원을 할 게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제윤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DTI·LTV 완화에 매우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는 것이나, 그동안 금융위가 견지해온 정책의 방향과 비교하면 크게 한 발 물러선 수준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의 정책 방향을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합리적 수준으로 하겠다는 뜻"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신제윤 위원장이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이후 금융위가 금융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DTI·LTV를 완화해 달라는 제보가 상당수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규제 완화 흐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개각 이후 새로운 경제팀이 출범하면 금융위가 정책 방향을 바꿀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것은 전날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이다.
최수현 원장은 지난 18일 기자들을 만나 "DTI·LTV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장의 기대와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다"며 "관계 기관과 협의해 매듭을 풀 혜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금융 당국 내부에서는 최근 신제윤 위원장의 발언과 비교해 최수현 원장이 다소 상반된 입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최근 신제윤 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DTI·LTV를 주택정책으로 쓰기 보단 은행의 건전성, 가계 부채 차원에서의 금융정책"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수현 원장의 말을 굳이 해석하자면 DTI·LTV 완화에 좀 더 기운 것으로 볼 수 있다. 난처한 상황은 사이에 놓인 신제윤 위원장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DTI·LTV 문제는 지난 정부에서도 부처 간 갈등을 일으켜 왔다. 전임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감원장도 DTI·LTV 완화와 관련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