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근 이사장은 세무전문가로 평생을 활동하면서도 틈틈이 시간을 쪼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보듬는 봉사활동을 해왔습니다.
고희를 바라보고 있는 그는 요즘에도 청량리 다일공동체 밥퍼 명예본부장, 중증장애인의 재활을 돕는 (사)석성1만사랑회 이사장, 크리스찬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 이사장 등으로 활동 중이며, 특히 지난 1994년부터 무학자인 부모님의 가운데 이름을 따서 만든 (재)석성(石成)장학회를 통해 20년간 가정생활이 어려운 청소년 2천여 명에게 16억 상당의 장학금을 지급해 왔습니다.
그는 국세청이 개청되던 1966년, 9급으로 출발하여 대전지방국세청장에서 퇴직하기까지 36년간 공직생활을 하였으며, 2011년까지 4년간 한국세무사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편집자주>
내게는 30년이 넘도록 갖고 있는 보물 하나가 있다. 작은 ‘철제 저금통’이다. 세무공무원 시절 선물 받은 이 작은 저금통은 나의 인생을 바꿔놓았고, 나에게 ‘나눔 전도사’란 별명을 갖게 해 준 출발점이 된 귀중한 선물이었다.
2011년 3월이었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상공인들이 ‘상공인의 밤’ 행사를 크게 여는데, 내게 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한인상공인들이 그동안 사업하느라 바쁜 삶을 살아왔는데, 경제적으론 성공했음에도 마음이 허하고 무엇인가 부족한 것 같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강의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나는 강의 요청을 받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충분히 많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산다는 것, 듣기만 해도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주제가 일단 마음에 들어 특강을 하기로 했다.
나는 초청받은 상공인의 밤 행사에서 가난하고 어렵게 살아온 지난 어린 시절 이야기와 그동안의 나눔 생활을 통해 나의 삶이 훨씬 풍요롭고 가치 있게 변했음을 소개했다.
무엇보다 지금 내가 펼치고 있는 여러 나눔의 사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이 되고 있는지를 알리고 구체적인 과정을 실감 나게 이야기하자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주최 측도 내 강의에 큰 호응이 있자, 강사 섭외를 잘했다고 생각했는지 아주 만족해하는 눈치였다. 그 어떤 훌륭한 강사가 와도 이렇게 마음이 굳어진 상공인들을 집중시키고 기립박수까지 받진 못했을 거라고 했다.
또 이 행사에서 박성양 한인상공회의소 이사장과 진신범 회장으로부터 2012년도에 LA에서 열릴 ‘전(全) 미주지역 한인상공인 지도자대회’에서이틀간 강의를 해달라는 앙코르 특강 요청까지 받았다.
참고로 나는 공직에 있을 때부터 강의를 많이 해온 편인데 그때부터 내 나름대로 터득한 강의 기법이 있어 강의할 때는 쉽고 가볍게 강의를 시작하여 천천히 청중의 마음 문을 열게 한 뒤 끝 부분에 가서는 모두들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자세로 한다. 즉,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 내가 몸소 느낀 것, 또 성공했던 것보다 실패하고 좌절한 것들과 내가 고통받고 힘들었던 것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공감의 폭이 훨씬 높아지고 호응도 크다는 것을……. 결론적으로 내가 많이 허물어질수록 청중들은 그만큼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았다.
◆…2011년 3월 29일, KBS 아침마당 출연
이 무렵 KBS에서 연락이 왔다. 주부들이 많이 시청하는 ‘아침마당’에 출연해 달라는 것이었다. 김재원, 이금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이 프로는 여러 패널들과 함께 주제별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매주 화요일만은 ‘화요초대석’이란 이름으로 명사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다.
내가 화요일 초청강사가 된 것이다. 공중파 방송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나눔 전도사’의 사명을 또 한 번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지고 준비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아침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KBS방송국으로 향하면서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했다.
“하나님. 전 국민이 보는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합니다. 실수하지 않고 저의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는 시간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나눔과 섬김에 관심을 갖고 실천으로 옮기는 삶을 살게 해 주옵소서.”
아침마당에서 30분 정도 가난하고 고통받던 어린 시절에서부터, 공무원이 되고 국세청 고위직에 오르며 또 은퇴 후 오늘날 ‘나눔 전도사’가 되기까지의 삶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배고팠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할 때에는 두 아나운서와 방청객 모두가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훔쳤다.
또 내가 30년 이상 갖고 있는 작은 철제 저금통을 들어 보이면서 “세무공무원 시절 선물 받은 이 작은 저금통이 나눔을 실천하게 해준 출발점”이었고, “동전으로 시작한 나눔이 천 원, 만 원으로 발전했으며, 나부터, 작은 것부터, 지금부터 나눔을 실천해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자, 박수가 터져 나오며 감동의 물결이 이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역시 공중파의 위력은 대단했다. 방송을 끝내자마자 나를 아는 많은 지인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하는데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모두들 하는 이야기가 내가 하고 있는 나눔 사역에 대한 큰 도전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내가 나눔 전도사가 되어 활동해온 것은 알았지만 KBS라는 방송매체를 통해 인정을 받게 되자, 주위 모든 분들이 정말 귀한 일을 하고 있다며 축하해 주었다.
이때부터 강의요청도 쇄도했다. 그러나 일일이 다 갈 수는 없었고 꼭 가야 하는 곳만 선별하는 일도 매우 어려웠다. 그렇지만 메모를 해 나중에 시간이 되면 꼭 가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내 강의를 통해 단 한 사람이라도 나눔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그만큼 더 훈훈해지고 살맛 나는 세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가 하는 강의에 울고 웃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별히 내가 달변가여서는 아닐 것이다. 단지 내가 살아오고 체험한 내용을 아무런 포장도 없이 솔직하게 표현해서 나의 진심이, 그리고 열정이 고스란히 청중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새로운 변화의 작은 물결이 일어나게 했기 때문이라 믿는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굳어진 가치관을 갖고 있다. 또 그 세계가 진리라고 믿고 웬만해서는 그 틀을 깨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강연이나 책을 통해 큰 감명을 받으면 자신의 평소 생각이나 가치관도 변하게 될 것이다.
나는 나눔과 섬김에 대한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것에 내 강의의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강의를 들은 청중들이 내 생각을 이해하고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으로 내 강의는 일단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니 ‘나눔 전도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나는 이 별명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그때부터 나는 나에게 붙여준 나눔 전도사의 사명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것을 소망한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 동물이지만, 변화가 올 때에는 기회는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찾아오는 법이다. 그 기회를 많은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고 싶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그 소중한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갖게 하고 싶다. 이것이 내가 이 글을 시작하는 이유이며 또한 사명이기도 하다.
늘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일상 속에서 그저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하는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왜냐하면 기적의 비밀이 여기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