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심 의견 뒤집은 최초 사례
KB금융그룹이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동반 중징계라는 악재를 맞게 됐다.
앞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나온 징계수위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한 단계 높였기 때문이다.
4일 최수현 원장은 여의도 금감원에서 직접 브리핑을 주재하고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1일 금감원 제재심에서 두 수장에게 각각 경징계 처분을 결정한 지 보름 만에 나온 결정이다. 제재심은 법적 지위가 원장 자문기구이지만, 여태껏 금감원장이 제재심의 결정을 뒤집은 사례는 없었다.
최수현 원장은 "지난 2주간 심의과정에서 규명된 사실관계 및 해당 법규 등을 검토했다"며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경우 직무상의 감독의무를 태만히 함으로써 심각한 내부통제 위반행위를 초래했고, 이로 인해 금융기관의 건전한 경영을 크게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건호 행장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확정하고, 임영록 회장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에 중징계 조치를 건의하기로 결정했다"며 "금감원장으로서 이와 같이 확실한 책임을 묻는 것이 KB금융이 선진금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KB지주 경영진은 국민은행 주전산기의 유닉스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전산시스템 리스크가 은폐된 안건을 토대로 국민은행 경영협의회에서 유닉스로의 전환을 결정하도록 유도했다.
국민은행은 컨설팅보고서가 유닉스에 유리하게 작성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주전산기의 유닉스 전환 관련 성능검증(BMT) 결과 및 소요비용을 이사회에 허위보고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지적사항이다.
이에 따라 KB지주와 국민은행에는 이미 선고된 '기관경고' 조치가 유지됐다.
한편,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선고받은 금융사 임원은 현 임기 이후 최소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불가능하다. 사실상 업계에서 '퇴출선고'를 받는 셈이다.
현행법상 은행장에 대한 징계권은 금감원장이 가지고 있지만, 지주사 회장에 대한 중징계 이상 처벌은 금융위원장 소관사항이다. 따라서 임영록 회장에 대한 최종 징계수위 결정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