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는 그 규모(세액)가 큰 경우가 꽤 많습니다. 상속이라는 행위 자체가 피상속자가 평생 모은 자산이 무상(無償) 이전되는 절차인데다 세율 또한 높기 때문입니다. 이에 상속인(상속받는 사람)들의 경우, 세금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다만 납세자들의 세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장치도 마련되어 있는데요. 현행 상속재산에 대한 세금은 현금으로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질적으로 상속을 받았음에도 재산의 현금화가 어렵고, 상속인 자신의 실질재산이 없는 경우 등을 고려해 세금의 '물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까다로운(?) 물납 요건을 통과해야 합니다.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가액이 재산가액의 절반을 초과하고 납부세액이 1000만원을 넘을 때 등의 경우에만 물납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상당 규모의 땅을 상속받은 A씨. 상속세를 현금으로 납부할 수 없는 처지를 감안해 물납을 신청했지만, 과세관청으로부터 거부를 당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사전증여 받은 재산, 물납 허용 안 되나요?" = 아버지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은 A씨 일가는 일부분의 상속세만 납부하고 남은 금액은 연부연납(세금을 나눠 냄)을 신청했습니다.
이후 A씨는 현금납부가 어렵다고 생각해 상속재산이 아닌 아버지가 돌아가기 전 미리 받은 재산으로 물납허가신청을 했지만, 과세관청은 물납가능재산에 해당하지 않다고 보고 A씨에게 물납불허통지를 했습니다.
A씨는 이 같은 과세관청의 통보가 부당하다고 판단,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리게 되는데요.
A씨는 "현행 상속재산에는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을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로부터 사전 증여받은 해당부동산도 물납대상인 상속재산에 포함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상속세과세가액 산정 시 본인이 사전 증여받은 재산의 가액도 상속재산의 가액에 가산함에 따라 증가된 세액 범위 내에 있으므로 물납신청을 거부한 처분은 부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기 않은 과세관청도 꼬집었습니다.
A씨는 "처분청의 담당세무공무원과 상의해 물납신청을 했고, 담당세무공원을 신뢰해 물납이 가능하도록 토지분할·등기 등을 했는데도 해당부동산이 사전증여재산이라는 이유로 물납신청을 거부했다. 이는 신의성실원칙에 반하는 처분"이라고 밝혔습니다.
과세관청은 A씨의 주장에 반박했습니다. 과세관청은 "증여세물납신청은 증여재산으로 제한된 것"이라며 "해당부동산은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개시일 이전에 증여받은 사전증여재산이므로 상속세물납신청 가능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습니다.
또 "신의성실원칙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 중 청구인이 물납에 대해 문의해 담당세무공무원이 안내를 한 것은 일반적인 상담행위에 불과한 것으로 처분청의 공적인 견해표명으로 볼 수 없다"고 맞받아쳤습니다.
□ 심판원 "사전 증여재산, 물납불허 잘못" = 사실관계를 살핀 조세심판원은 처분청의 과세처분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상속세가 모두 상속인이 남기는 재산에 대한 과세이므로, 단순히 사전에 증여받았다는 이유로 물납가능재산에서 제외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현행 세법에서 상속인 등은 그 상속재산 중 각자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기준으로 납세의무를 지는 것이므로 사전증여재산으로 물납할 수 있는 상속세액은 사전증여재산의 가액을 상속세과세가액에 가산함에 따라 증가된 그 세액의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상속세는 상속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산정하고, 세액은 이미 납부한 증여세액을 기납부세액으로 공제하는 방식으로 계산되어서 모두 상속인이 남기는 재산에 대한 과세"라며 "사전증여재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쟁점부동산을 물납가능재산에 해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상속세 물납을 불허한 처분은 잘못이 있으며, 사전증여재산을 물납 가능한 상속재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3전49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