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잘못돼"…여야 의원들 질타 이어져
2030세대 가계부채·제2금융권 대출 가파르게 상승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 부채 문제를 정부가 더 키우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확대하고 대부업의 저축은행 업계 진출을 허용하면서, 결국 20~30세의 젊은 세대와 저소득층 채무자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규제 완화 정책, 악성 가계 부채 더 늘렸다"=박근혜 정부는 올해 7월 24일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위해 LTV(담보대출비율), DTI(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했다. 당초 과도하게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한 하우스 푸어(house poor)를 막기 위해 도입한 규제이다.
LTV·DTI 규제 완화 이후 8월 한 달 동안 가계 대출은 5조4000억원이 증가했고, 주택담보대출은 4조7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5%, 135% 증가했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LTV·DTI 완화 이전인 올해 1~7월에는 주택담보대출 중 52.3%가 주택 구입 목적의 대출인 반면 규제 완화 이후인 8월에는 43.4%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 의원은 "이러한 현상은 신규 대출을 통해 기존 채무를 갚고, 생계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가계 부채 규모를 늘린 것을 의미한다"며 "가계 부채의 양적 확대와 더불어 가계 부채의 질 또한 악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가계 부채 규모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인 2013년 1월 1005조원에서 올해 7월 말 1080조원으로 증가했다. 1년 6개월 사이 75조원, 전체의 7%가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시중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든 반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비중은 늘어 가계 부채가 질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LTV·DTI 규제 완화 직전인 7월 0.08%에서 8월 0.15%, 9월 0.37%로 급증했다. 전세가격지수 상승률도 9월에는 0.48%로 급증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LTV·DTI 규제 완화는 결국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신규 수요만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서민들의 가계 부채를 늘게 하고, 주거 불안을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가계 대출액은 1분기와 비교해 19조2477억원이 증가했다. 반년 사이 3.56%가 급증했다. 20대·30대 젊은 층의 가계 대출은 같은 기간 동안 15.62%가 늘었다.
강기정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제2금융권 가계 대출 관리 대책은 사실상 실패 상태이다. 특히 제2금융권 대출 및 20대·30대 젊은 층의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요구된다"고 질타했다.
강 의원은 "20대·30대 젊은 층의 대출과 제2금융권, 대부업에서의 대출을 막지 못하면 미래 우리나라 경제에 큰 근심거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하 채권'…대부업 빚 위험 수준=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민행복기금 신청자 중 부실채권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한 비율이 54.6%이다. 또 캠코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일괄매입한 채무자 중 '접촉 불가'의 채무자는 81.3%다.
한국금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상환 능력 없는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규모는 114만명. 장기 연체 소외자 30만9000명(27.15%), 고령층 연체자 67만4000명(59.1%), 고령층 아닌 기초수급 대상자 15만7000명(13.7%)이다.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영국 금융 당국 FCA의 대부업 규제 정책을 소개하며, 장기 연체 시 원금의 몇 배에 달하는 이자를 부담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대부업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이용자가 249만명에 이르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2013년도 하반기 대부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부 잔액은 10조160억원이며 거래자 수는 249만명에 이르고 있다. 1인 평균 대부 금액은 403만원이다. 대부업체의 신용 대출 금리는 평균 34.6%이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영국은 이자율 상환이 없고 100% 이상 받을 수 없는 제도를 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는 몇 년씩 이자를 안내는 경우가 있어 도덕적 해이와 성실 상환자와의 공정성 때문에 영국 제도를 받아들이기가 힘들다"고 답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부 계열 저축은행 5곳의 수신 규모가 감소한 데 반해 개인 신용 대출 규모가 219% 급증했다고 밝혔다. 대출의 89%는 연 25% 이상의 고금리이다.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96%가 연 25% 이상의 고금리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국민행복기금 중 채무자와 신규 약정을 체결한 규모는 19만6000명이며 상환자의 40~50%는 소액을 장기간 연체한 저소득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기식 의원은 "금융채무 불이행자 350여만명 중 114만명은 상환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 기초생활 수급자, 고령자 등 채무 조정이 어렵고 약 65만명은 근로 능력은 있으나 무직 등 사유로 소득 창출 기반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공급하기 시작한 서민금융상품의 연체액은 무려 1조1189억원에 달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다중 채무자는 328만명, 채무액은 317조3000억원이다.
또 다중 채무자 채무 중 제2금융권 비중은 2010년 말 45.6%에서 올해 6월 말 51.3%으로 확대됐다. 60세 이상 차주의 가계 대출 규모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고연령 차주의 대출 규모는 2010년 말 142조4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04조5000억원으로 62조1000억원(43.6%) 증가했다.
김종훈 의원은 "가계 부채는 외환 위기 이후 장기간 지속적으로 누적돼온 문제로 GDP나 소득 증가에 비해 증가 속도가 빠르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지난해 무려 160.7%에 달해 금융 위기가 발발한 미국(115.1%), OECD(136.4%)보다 높은 수준이다"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또한 다중 채무자는 자영업자 및 저소득층, 고령층과 함께 가계 부채 문제의 3대 위험군이다. 이들은 가계 부채의 뇌관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