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가계소득증대 3대 패키지 딜레마, 국회에서 '손질'되나

기업소득을 가계로 돌리도록 유도하는 내용의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대한 국회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내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목표까지 내세우며 원안처리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모양새. 그러나 정책 수요자인 재계를 비롯해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며 거센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 논의테이블에 올라오기 전부터 실효성 논란에 뭇매를 맞아온 3대 패키지 세법에 대한 대규모 수술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당장 내일(13일)부터 세법심의에 돌입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원회에서 치열한 공방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바람 잘날 없는 환류세제, 손질 불가피? =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대한 재계의 비판이다. 당해연도 발생한 기업의 당기순이익에서 투자나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으로 활용하지 않고 쌓아둔 금액(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것이 환류세제의 골자다. 

다만 세수확보 차원의 조치가 아닌 기업의 투자나 근로자의 소득 증대 일환으로 유도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실제 정부는 환류세제 세수효과를 '제로'가 되도록 설계한 상태다. 

기업의 이익을 가계소득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에 잡음이 생기는 이유는 왜일까.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난 6일 조세일보와 재무인포럼이 주최한 '2014년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기업들이 쌓아놓은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세부담 예측이 어려울 뿐더러 기업들의 투자활동이 단순히 세부담 차이에 따라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제도의 실효성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재계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 이런 세제는 본적도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세법을 심의하는 국회조차 환류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마찬가지.

새정치민주연합은 환류세제에 대해 '법인세를 편법으로 인상하는 방안'에 불과하다며 지난 이명박정부 당시 내려간 법인세율을 다시 올려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도 환류세제에 대해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공감, 제도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환류세제가 가지고 있는 기업투자 활성화라는 정책적 목표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된 상황에서 제도의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과세'라는 측면에서 기업경영활동 위축은 부인할 수 없지만, 제도가 실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려만 앞세워 무작정 손질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 식지 않는 부자감세 논란 = '부자감세' 논란을 낳고 있는 배당소득 증대세제에 대한 쟁점도 뜨겁다. 정부가 도입하겠다는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을 14→9%로 낮추겠다는 내용이 핵심. 기업에 세금감면 혜택을 줘서 주주들의 배당소득을 늘려준다는 취지다.

문제는 배당소득 증대세제로 인한 배당 증가분이 주로 한계소비성향이 낮은 고소득층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근거로 오히려 기업의 고용, 투자여력을 저감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에서는 "상위 소수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맞춤형 슈퍼 부자감세'다"라며 정부의 입법추진을 강력히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여당은 소액주주 등 일반 국민의 소득 증대를 위한 법안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부자감세는 아니다'는 반대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배당소득 증대세제에 대해 일반국민 혜택이냐, 재벌총수 특혜냐를 놓고 세법 심의과정에서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여기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에게 선택적 분리과세(25%)를 허용해준다는 방침에 포함됨에 따라 국회 논의 테이블에서 여야 간 갈등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이를 두고 '경제 건전성을 극도로 해치는 나쁜 법'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 근로소득 증대세제, '동상이몽' = 근로소득 증대세제의 경우 여야 간 대체적으로 큰 이견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을 놓고 차이점을 두고 있다.

기본적으로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근로자의 월급 인상이라는 목표점을 두고 설계된 작품. 정부는 근로소득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임금을 평균보다 더 많이 올려준 기업에 대해 증가분의 10%(대기업 5%)를 세액공제해주는 근로소득 증대세제 도입을 목표로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아냈다.

그러나 3대 패키지 세법이 신생법안인 만큼 제도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노릇.

일각에서는 세제혜택이 지나치게 적으면 임금인상 유도효과가 없고, 세제혜택이 과도하면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딜레마를 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은 "간접적으로 기업에 세금 혜택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대안도 함께 내놨다.

최저임금이 생활임금 수준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실제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실질임금을 위해서는 평균소득 이하 개인에게 기본공제액 인상을 추진해 매월 원천징수에 반영되게 했다.

또 최저임금을 인상해 생활임금 수준까지 도달하도록 세제지원을 하며, 근로자 임금을 증가시킨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증가분의 20%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야당에서도 정부의 입법 취지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세법심의 과정에서 제도 도입과 관련한 마찰의 소지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도 효과성을 놓고 일부 차이를 보이면서 근로자들 임금의 실질 혜택을 높이기 위한 제도 손질 작업에서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