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증세'성 법안 곳곳에 암초, '갑론을박' 예고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인해 지난해부터 세수부족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오는 13일 열리는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일정수준 세금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개정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방법론에 있어서의 첨예한 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대부분 경제활성화를 통한 세수증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은 고소득층의 세부담을 높이는 이른바 '부자증세'를 줄기차게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세소위에서는 올해 세법개정안의 화두인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를 둘러싼 논란 외에도 담배세 인상안, 법인세율 인상안 등 곳곳에 암초처럼 존재하는 증세법안들이 핵심쟁점으로 치열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 담배에 '개별소비세' 신설, 가능할까? = 정부는 지난 9월 담뱃값을 내년부터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인상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특히 담뱃값을 물가와 연동해 내년뿐만이 아니라 이후에도 꾸준히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포함됐다.

10년간 요지부동인 담뱃값은 당초 최근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에 대한 불만이 나날이 고조되고 있고, 당사자들인 흡연자들의 반발 외에는 딱히 막을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국회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 갑당 594원의 개별소비세를 담뱃값에 포함시켜 내년 1조8000억원 가량의 국세를 충당하려던 정부. 하지만 담배에 지방세가 아닌 국세(개별소비세)를 신설한다는 점이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담뱃세의 기본 성격인 지방재원 확충과도 맞지 않는 데다 중앙정부 세수 부족분을 메우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야당에서 제기됐다. 여기에 더해 사치품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담배에 부과하는 것에 대한 비난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들마저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은 지방세로 확충되는 방향이 맞다"며 등을 돌리고 있어, 정부의 당초 계획이 이번 국회 세법심의 과정을 통과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관계자들의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조세소위에서 담뱃세 인상과 관련한 논의는 '서민증세'냐 '부자감세'냐의 개념보다 세목 신설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이 같은 흐름으로 볼 때 담뱃세에 대해 여야 양쪽 모두 타협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 법인세 인상에 사활 건 야당…빅딜용? = '법인세 인상은 없다'는 최경환 경제팀의 입장과 법인세 인상을 전면에 내걸은 야당의 입장이 정면으로 맞부딪히며, 법인세 인상은 이번 조세소위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야당은 법인세 인상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구간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하고 2억원~200억원 구간은 20%에서 22%로 인상하자는 새정치민주연합 이낙연 의원의 법인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또 같은 당 홍종학 의원은 재벌 대기업에 대한 특혜성 비과세·감면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최재성 의원은 법인세 최저한세율과 관련 과세표준 100억원~1000억원 구간은 12%에서 15%로, 1000억원 초과 구간 17%에서 18%로 인상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근 같은 당 김영록 의원은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기업의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인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야당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야당은 이 같은 법인세 인상을 통해 연평균 9조6000억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8조원에서 10조원 가량의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나온 특단의 조치인 셈이다.   
 
정부와 함께 '법인세 인상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여당 내부에서도 법인세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인 정희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최근 "국민들은 소득세로, 공무원은 연금개혁 차원에서 고통을 나누고 있는 만큼 기업도 함께 한다는 차원"이라며 법인세 인상의 필요성을 내비쳤다. 단, 야당 주장처럼 법인세율을 복원(22→25%)하기보다는 한시적으로 1~2% 점진적으로 높여야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야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은 이번 조세소위에서 이뤄지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지배이다. 대부분의 여당 의원들은 법인세 인상에 대해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내리는 추세에서 법인세 인상은 국가경쟁력악화와 경제활성화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어 위험하다는 것이 여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당 측에선 담뱃세 인상과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법인세 인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 논란이 조세소위가 다가오자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등 급격히 번지고 있는데, 아마 올해에는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필요성이 있다면 충분히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 곳곳에 증세법안, 여야 '정면승부' 예고 = 한편, 담뱃세 인상과 법인세 인상만큼 굵직한 이슈는 아니지만 충분히 여야의 마찰을 빚어낼 만한 '증세법안'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우선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기며 사실상 증세 논란을 일으킨 세금우대종합저축 폐지안과 관련, 새정치민주연합은 제도를 2017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는 정책목적을 달성했다는 판단 하에 폐지를 원하는 정부여당과 야당의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법안이라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차 거래 부가가치세도 여야가 맞붙는 대목이다. 중고차 부가세는 전체 부가세수입의 80%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당은 중고차 부가세 의제매입세액공제를 축소하는 등 세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와 여당은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한 후 납부세액을 계산하는 방식의 매입세액공제방식을 고수하는 반면, 야당은 매출액에서 매입액을 뺀 금액에 10%의 부가세를 매기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밖에 경제활성화 방안으로 여당은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소득세를 줄여주는 소득세법, 임차인의 월세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조세특례제한법 등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임대사업자 등록제 법안이 통과돼야 다른 부동산 관련 법안에 동의할 수 있다며 팽팽히 맞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