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의 '태풍의 눈'으로 일컬어지는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와 법인세율 인상을 제외하고서라도 논란거리가 될 만한 법안은 수두룩하다.
가업상속공제요건을 완화하는 법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야 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되며 중산층의 상속·증여세를 경감해주는 내용의 법안은 공평과세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부모가 손자에게 재산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 상속·증여세를 면제하거나 더욱 높게 부과하는 상반된 내용의 법안도 여야의 치열한 논쟁이 예고되고 있다.
중고차 의제매입세액공제율을 축소하는 정부안은 업계의 반발이 예상되면서 국회에서의 논의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난임부부들의 체외수정시술 비용에 대해 세제지원을 강화해준다거나 퇴직연금의 세액공제 한도를 인상하는 법안, 통신비 세액공제 등은 서민지원이란 측면에서 주목할만한 법안으로 꼽히고 있다.
□ 가업상속공제요건 완화, 野 반발 예고 =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세법개정안에 가업상속공제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현행 매출 3000억원에서 5000억원 상향조정하고 공제한도를 현행 500억원에서 1000억원까지 인상시키는 방안을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것이 정부안의 골자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계속된 요구 속에 요건 완화의 필요성을 느껴 개정안을 제출했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에서는 부의 대물림일 뿐더러 부자감세라고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야당은 업종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완화되고 고용유지 요건도 매년 80% 이상에서 7년 평균 100%만 유지하도록 완화하도록 한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도 야당의 반발을 의식한 듯 적극적인 찬성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고 대부분의 조세전문가들도 공평과세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법안 통과까지 논쟁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상증세 둘러싼 두 개의 시선 = 상속·증여세를 둘러싼 여야의 시선은 엇갈리다 못해 만날 수 없는 수평선처럼 판이한 시각을 갖고 있다.
조부모가 손자에게 교육비 명목으로 증여할 때 1억원까지는 세금을 면제해주자는 조특법 개정안이 그 논란을 촉발시켰다.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조부모가 가지고 있는 돈이 유익한 목적으로 쓰임과 동시에 내수진작에 사용되도록 하자는 취지였지만 법안 발의 당시부터 부의 대물림이라는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에 더해 야당의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보란듯이 세대를 건너 뛴 상속과 증여에 대한 가산율을 30%에서 50%로 인상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류 의원의 법안은 면세를 해주는 것이라면 김 의원의 법안은 세금을 더 부과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조세소위 문턱을 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류 의원의 법안은 조부모의 증여한 자산이 반드시 교육비로 사용된다고 증명하기 힘들 뿐더러 김 의원의 법안은 가산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밖에 정부가 중산층의 상속증여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증여 공제를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인상,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간 상속증여시 공제액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한 것에 대한 법안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중고차 의제매입세액공제 축소…업계 '반발' = 중고차 의제매입세액공제율을 축소하는 방안에 대해선 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국회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차 의제매입세액공제란 매매업자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없는 개인에게서 자동차를 매입할 때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더라도 구입액의 일정 부분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공제율은 취득가의 10/110으로 운영돼다 2011년부터 9/109로 축소됐다.
정부안은 중고차에 대한 의제매입세액공제의 적용기한을 3년 연장하되 공제율을 2015년과 2016에 7/107로, 2017년에는 5/105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신차 구매를 할 때 부가세를 납부함에도 중고차를 거래할 때 부가세를 또 과세하는 것은 중복과세 혹은 이중과세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야당 역시 이중과세라며 업계 반발에 동조하고 있어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다양한 서민지원, 주목할 만한 법안은? = 허리가 휠 정도로 올라버린 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저출산 극복과 노후안정을 위한 정부의 지원책은 서민지원이란 측면에서 크게 논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눈에 띄는 법안이다.
정부는 퇴직연금의 세액공제 한도를 4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늘려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에 가입을 유도하고 퇴직소득세율도 연소득에 따라 차등화해 노후안정을 도모하는 법안도 내놨다.
아울러 아이를 갖기 힘든 난임부부들의 체외수정시술비에 적용하는 의료비 세액공제 한도를 없애 이들에 대한 세제혜택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국가적인 위기로 여겨질 만큼 심각한 사안으로 이에 대한 여야의 이견이 적어 법안 통과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날로 높아지는 통신비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김관영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다소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거주자와 기본공제대상자를 위해 통신비를 지급한 경우 그 금액의 15%, 연 20만원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지만 과도한 통신비 부담을 통신사가 해결하는 것이 아닌 국고로 해결한다는 것에 대한 반대가 예상된다.
자영업자의 의료비·교육비 세액공제를 가능하도록 한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이 내놓은 법안도 논란이 예상된다.
홍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근로자의 경우 의료비와 교육비 등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지만 개인사업자는 성실사업자 또는 성실신고확인대상자만이 세액공제를 받는 것을 감안, 사업자와 근로자와의 차별을 없앤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는 근로자와 같이 소득이 100% 노출되지 않아 탈루세액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대의견이 있어 법안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세월호 여파…안전·유가족 성금 세제지원 = 세월호 사고의 여파로 탄생한 유족 성금 등에 대해 비과세를 하고 안전설비 투자세액공제 확대 법안들도 주목할만 하다.
안전설비 투자세액공제 확대 법안은 안전설비 등에 투자한 금액에 대한 세액공제의 적용기한을 2017년 12월 31일까지로 3년 연장하고 공제율을 현행 3%에서 중소기업은 7%, 중견기업은 5%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세액공제 적용대상에 소방시설을 추가하는 등 세제지원 폭을 대폭 늘렸다.
의사자 등의 유족이 받는 성금 등에 대한 비과세 법안도 눈에 띈다.
국가유공자 및 의사자의 유족이 받는 성금과 물품 등에 대해선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안은 큰 반대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세월호 사고 사망자들이 모두 의사자로 인정되지 못한 것을 감안한다면 비과세 대상이 '의사자 유족'이란 점에서 다소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