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金) 스크랩 '탈세' 원천차단 된다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특례 대상에서 빠져있는 점을 노린 악덕업자들에 의해 탈세수단으로 활용되어 오던 금 스크랩이 매입자 납부특례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금 스크랩을 이용한 탈세가 앞으로 원천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는 이같은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을 잠정 수용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이날 조세소위에서는 새만금 지역에 투자하는 외국법인들에 대한 지방세 감면, 법인택시 사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감면액 일부를 택시 감차기금으로 사용하는 법안들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중고차매입세액공제율을 낮추자는 정부안은 마진과세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수용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금 스크랩'도 부가세 매입자 납부특례 대상 = 그동안 부가세 매입자 납부특례에 해당되지 않았던 금 스크랩도 앞으로는 금융회사에서 부가세를 내게 될 전망이다.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특례란 물품을 구입한 매입자가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물품대금을 금융회사의 지정계좌에 입금하면 금융회사가 이를 대신 납부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주로 탈세의 가능성이 높은 물품의 거래에 적용되고 있으며 금의 경우 금지금(골드바), 고금, 구리 스크랩에 적용되고 있다. 

금지금은 2008년부터, 고금은 2009년부터, 구리스크랩은 올해부터 그 적용 대상이 됐다. 하지만 금 스크랩은 이 대상에 빠져있어 금 가공업자들의 탈세 창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예를 들어 골드바를 생산하는 업체가 금 스크랩으로 골드바를 생산했다고 위장해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 매입자 납부특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구입 금액을 속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정부는 금 스크랩을 매입자 납부특례 대상에 포함시키는 조세특례제한법을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발의했으며 이날 조세소위에서 수용하기로 잠정 합의됐다고 알려졌다. 

또한 이날 조세소위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이 발의한 '새만금사업지역에 대한 지방세 감면' 법안이 여야, 정부의 만장일치로 수용하기로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은 새만금지역에 투자하는 외국법인들이 낼 지방세를 앞으로 5년간 100%, 그 후 2년간 50% 감면해준다는 것이 내용이다. 

현재 새만금사업지역을 비롯한 경제자유구역, 외국인투자지역, 기업도시개발구역에는 각각 법인세소득세관세 등의 세제혜택이 지원되고 있다. 하지만 취득세, 재산세 감면 혜택이 있는 다른 지역과 달리 새만금지역에만 이 혜택이 빠져있던 것. 

이에 김 의원은 지역간 투자유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만금지역만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며 지난 9월 해당 법안을 발의했고, 올해 조세소위에 회부돼 만장일치로 수용 합의됐다. 

그밖에 택시법인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부가세 감면액 일부를 택시 감차기금으로 사용하자는 법안도 조세소위에서 합의됐다. 현재 택시업계는 과잉공급으로 인한 경쟁으로 택시사업 종사자의 실질소득이 정체,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정부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택시를 실거래가로 보상하는 방식으로 택시 대수를 줄여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고,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이러한 계획을 구체화했다. 

현재 일반택시 운송사업자에게는 부가세 납부세액의 90%가 경감되고 있는데 경감된 세액은 소속 운수종사자에게 지급해 복지와 처우를 개선하는데 쓰이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이 경감율을 90%에서 95%로 올려 5%만큼 정부가 재원을 부담해 택시 감차기금으로 쓴다는 것이며, 이러한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이 이날 조세소위에서 합의에 이르렀다는 전언이다. 

그밖에 이날 조세소위에서는 '경차 연료에 대한 개별소비세 등 환급 일몰기한 연장(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안)', '기저귀와 분유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일몰기한 연장(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안)' 등에 정부 및 여당이 잠정 합의했다고 전해졌다. 

□ 중고차의제매입세액공제 재논의 = 한편 현재 중고차 매입에 적용되고 있는 의제매입세액공제율을 줄이자는 정부의 조특법안에는 이견이 없었으나 '마진과세'의 도입에 대해서는 여당 일부가 찬성하지 못해 합의가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

중고차의제매입세액공제는 중고차매매 업주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없는 일반소비자로부터 중고차를 구입할 때 매입세액으로 공제받지 못해 부가세가 중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정부는 이 제도를 1992년부터 도입해왔으며 지난 2010년까지는 중고차 취득가액의 10/100, 지난 2011년부터 9/109의 공제율을 적용해왔다. 

하지만 현재 중고차 업계는 거래투명성이 낮아 시가의 절반 수준으로 매출액을 신고하는 관행 등이 있으며, 이를 미루어봤을 때 중고차 업계에 의제매입세액공제를 적용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중고차 업계의 소득을 늘려주는 기능을 할 뿐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러한 점을 반영해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중고차매입세액공제율을 5/105로 조정하고 일몰기한을 2017년 12월31일로 하는 조특법을 발의했고 조세소위에 회부됐다. 

해당 정부안에는 여야간 이견이 없었으나 중고차 업계에 마진과세를 도입하자는 새누리당 유일호, 새정치민주연합 이용섭 의원안에는 정부와 여당이 강하게 반대했다고 알려졌다. 

마진과세란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못하는 소비자나 면세사업자로부터 중고품을 구매할 때 매입세액을 공제하는 현행 부가세 납부 방식이 아닌 판매 마진의 일정률을 부가세로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전단계 세액공제방식이라고 하며 부가세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나라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조세소위 관계자는 "마진과세 방식은 부가세를 감면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상 매입세액을 완전히 공제하게 돼 현행 제도보다 중고차 업주들에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는 "의제매입세액공제제도를 통해서도 마진과세와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마진과세를 도입할 경우 현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비용이 크며, 실거래가의 1/2로 신고하는 관행적 탈세가 존재하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마진과세 도입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반대했다고 전해졌다. 

중고차의제매입세액공제는 남은 조세소위에서 추가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