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새 해외투자 사모펀드 규모 4배 늘어
국조법, 외국환거래법 법망에 구멍 '숭숭'
"저수익 시대의 황금알로 부상했죠. 하지만 '탈루 창구'라는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최근 금융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역외 사모펀드를 두고 금융권 관계자가 한 말이다.
사모펀드는 투자자 수가 49인 이하인 집합투자증권이다. 공모펀드와 비교해 운용 규제가 적은 고수익 고위험 상품으로 최근 박스권 장세가 지속되자 해외에 투자하는 역외 사모펀드로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인기몰이와 더불어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00년 이후 '역외 사모펀드가 조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9일 금융조세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금융조세포럼(회장: 김도형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사모펀드의 해외투자 조세 회피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2014년 기준, 사모펀드 규모는 190조로 전체 펀드 중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해외투자 현황을 보면 공모펀드는 2010년 28조3000억원 규모에서 2014년 말 25조1000억원으로 소폭 줄어든 반면 사모펀드의 경우 2010년 6조6000억원 규모에서 5년 만에 4배 이상 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제자인 송영철 세무사는 "최근 사모펀드로 조성된 자금이 조세피난처(케이만, 룩셈부르크 등)
역외펀드로 이전된 후 투자되는 방법으로 조세 회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국내 투자금을 해외에 조성한 펀드로 이동 후 투자
하는 방법, 투자자가 역외 사모펀드 투자 소득을 투자 손실로 둔갑시켜서 탈세하는 방법, 변칙 증
여를 위한 해외투자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소득세법은 공모와 사모 구분 없이 분배 시점에 배당소득을 기준으로 과세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법상 신탁 형태의 역외 사모펀드에는 과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법망에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국세조세조정에관한법률(이하 국조법)은 규제 대상을 '법인격이 있는 법인'으로 한정하
고 있어 법인격이 없는 신탁형 사모펀드를 규제하기 어렵다.
외국환거래법을 적용하기도 어렵다. 사모펀드를 이용할 경우 외국환거래법상 신고의무가 사모펀드의 투자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신탁회사에 있어 투자자 정보가 국세청에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세무사는 "조세 회피 목적이 아니라 이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에 펀드를 조성하기도 한다"며 "역외 사모펀드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영철 세무사는 "사모펀드를 통한 해외투자에 있어서 조세 회피는 국조법이나 외국환거래법의 적용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조세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