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신한, 큰 변수 없을 경우 연임 가능성에 무게"
'4대 금융지주'로 불리는 대형 금융그룹 소속의 시중은행들이 최근 인사로 들썩이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윤종규 신임 회장 인선 이후 사외이사 교체 위기를 맞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이광구 신임 행장의 공식 취임을 앞두고 '정치금융'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관치금융보다 더 악질 '정치금융'"= 은행원들에게 가장 큰 관심거리 중 하나가 바로 연말연시 이뤄지는 인사이다.
새 임원진의 등장뿐 아니라 행원 개개인의 인사이동도 한 해의 시작을 결정 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올해 은행권 인사에서는 상당수의 부행장급이 한꺼번에 교체되는데다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는 사외이사도 물갈이가 예상된다.
지난 8일 우리은행은 부행장 인사를 단행했다. 오는 30일에는 이광구 신임 행장의 공식 임기가 시작된다.
문제는 이광구 신임 행장의 내정설이 사전에 번지면서 청와대의 금융권 인사 개입, 즉 정치금융에 대한 비판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신임 행장이 박근혜 대통령 모교인 서강대 금융인 모임(서금회) 소속이라는 점을 들어 노조와 금융권 안팎에서 정치금융 의혹을 제기해 왔다.
비록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국회에서 "인사 개입은 없다"고 단정했지만, 박원춘 전국금융산업노조 우리은행지부 위원장은 사내 성명을 통해 "밀실 인사 대신 절차상 하자 없는 공정한 선임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금융은 기존의 관치금융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후진적 인사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관치금융이 당국의 개입에 의한 것과 달리 정치금융은 정치권에 휘둘리기 때문에 정책 명분과 부합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KB금융그룹 역시 사외이사진 거취와 관련해 당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올 초 경영진 내분 사태로 인해 회장과 은행장이 당국의 징계를 받고 동시에 물러난 데 이어 사외이사들도 책임 지고 옷을 벗어야 한다는 외부 압박이 계속돼 온 상황이다.
지난 5일 KB금융그룹 이사회는 경영전략위원회를 열고 사외이사 김영진 서울대 교수,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 이종천 숭실대 교수, 조재호 서울대 교수, 고승의 숙명여대 교수, 김영과 전 한국증권금융 대표, 김명직 한양대 교수, 신성환 홍익대 교수 8명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일부 이사가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연임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즉각 사퇴에 대해서는 이사마다 입장이 다른 상황이다.
그동안 금융위원회는 KB금융이 추진 중인 LIG손해보험 인수 신청에 대해 지배구조 개편 결과에 따라 승인을 결정하겠다고 밝혀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간접적으로 압박해 왔다.
금융감독원도 KB금융의 LIG손보 인수와 관련 검사역을 파견, 내부통제 및 지배구조에 대해 검사를 진행 중이다.
□하나·신한, 은행장 연임 가능성, 부행장 대폭 교체=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은행장 연임 쪽에 무게가 실린다.
두 은행의 홍보 담당자는 "내부 분위기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연임이 유력한 듯 보인다"고 전했다.
하나은행 함영주, 정수진, 황종섭, 김영철, 이영준 부행장 5명의 임기는 오는 31일 종료된다. 김병호 부행장은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으며 임기가 내년 3월까지 연장됐다.
외환은행 이현주, 추진호, 신현승, 오창한 부행장 4명의 임기도 연말 종료된다. 두 은행의 통합 작업이 지연되며 임원 인사 역시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13명의 부행장 중 임영진, 김영표, 이동환, 임영석, 서현주 부행장 5명의 임기가 올해 말 끝난다.
KB국민은행은 7명의 부행장 중 홍완기 신탁본부장만이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된다.
하지만 당국에서 KB 사태와 관련 있는 인사들의 '정리'를 요구하고 있어 인사 폭은 훨씬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박지우 수석부행장, 정윤식 전략본부장, 윤웅원 KB금융지주 부사장은 당국의 징계를 받아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