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제공.
'회계감독 분야 설문조사'에서 나타나
'재무제표 공시시한' 연장 목소리 거세
우리나라 회계투명성 수준이 지난해보다 악화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과도한 외부감사 수임 경쟁으로 외부감사 기능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월 13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한 달여간 '우리나라 회계 감독 제도 및 운영의 적절성 평가와 제도개선 분야 발굴'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상장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 등 경영진과 외부감사 업무를 담당하는 공인회계사, 회계학 교수 등 1만2369명을 대상으로 회계투명성 정도와 IFRS 도입 효과, 기업의 재무제표 작성 수준 등 7개 분야에 대해 1점부터 7점까지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설문 대상 중 기업 경영진은 310명, 공인회계사 291명, 학계 73명 등 총 674명이 조사에 참여해 5.4%의 응답률을 보였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회계투명성 수준은 경영진의 낮은 인식과 기업의 지배구조 낙후성 등의 원인으로 지난해 조사인 4.04점보다 낮은 3.91점을 기록했다.
외부감사 기능의 적정성도 상장사(4.42점→4.24점)와 비상장사(3.38점→3.33점) 모두 지난해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회계감사를 담당하는 외부감사인의 전문성은 지난해보다 높게 나타났지만, 외부감사인의 독립성과 감사시간 및 감사보수의 충분성은 기업과 공인회계사 간의 시각차가 컸다.
독립성과 감사시간, 감사보수와 관련해 기업 CEO는 전년보다 높은 점수를 부여한 반면 공인회계사는 낮게 평가했다.
감독당국의 회계감독 및 제재 실효성에 대해서는 지난해와 큰 차이 없이 4.2점대를 기록하면서 감동당국의 기능이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공인회계사들은 지난해(3.80점)에 이어 올해도 보통(4점)보다 낮은 3.67점을 부여했다.
회계연도 종료 후 90일 이내로 제한돼 있는 재무제표 공시시한에 대해서는 기업(3.84점)과 공인회계사(2.94점), 학계(4.03점) 모두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특히 12월 법인의 경우 재무제표 작성과 외부감사, 법인세 신고 등이 겹치면서 외부감사업무 수행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공시시한 연장이 필요하다는 공인회계사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그만큼 결산환경이 어렵다는 반증이다.
감사인의 재무제표 대리작성 근절을 위해 도입된 기업의 재무제표 작성책임 강화와 감사인의 자문행위 금지, 대형회사의 감사인·증선위 재무제표 동시제출 의무화 등에 대해서는 기업의 재무제표 직접 작성에 기여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학계는 그 동안 관행으로 여겨졌던 감사인의 재무제표 대리작성 행위가 위법임을 명확히 한 점을 들어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외감법 개정으로 지난 7월 시행된 감사인 지정대상 확대는 감사품질 향상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공인회계사(5.53점)와 학계(5.03점)는 감사인의 독립성 강화와 적정 감사보수 등을 이유로 기대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한 반면, 기업(4.25점)은 지정감사인의 우월한 지위 남용으로 인한 기업과의 의사소통 저하 등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감사보고서에 감사투입시간과 감사수행내용 등을 기재토록 의무화한 것과 관련해서는 학계(4,.51점)와 기업(4.05점)은 '감사수행이 체계적으로 관리될 것'이라는 이유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공인회계사(3.14점) 형식적 기재에 그칠 수 있어 실질적인 감사투입시간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희춘 금감원 회계감독1국장은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평가가 지난해보다 미흡한 것은 개정 내용이 2015년에 본격 시행되기 때문에 회계전문가 등이 개선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특히 외부감사인들이 외부감사환경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실질적 관행 개선이 되지 않아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국장은 이어 "조사에 나타난 현행 회계감독제도의 실효성 저하 요인과 신규 도입 제도의 정착 장애요인 등을 검토해 제도가 원활히 정착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