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를 큰 충격에 빠뜨려"
"남편, 사실혼 관계 파탄 책임져야"
A씨는 이혼한 뒤에도 남편과 한집에서 살았다. 부부가 법적으로는 갈라선 이유는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진 탓이다. 남편은 2011년 사업이 잘못돼 빚독촉에 시달렸다. 부부는 2012년 협의이혼하고, 남편 명의의 부동산을 A씨 앞으로 돌렸다. 당시 초등학생 자녀에게는 이혼사실을 숨기려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것이다.
부부는 이혼하기 앞서 합의서를 썼다. ‘부동산 명의를 A씨가 갖되, 부동산을 처분하려면 남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여기에 ‘이혼 사실을 자녀에게 먼저 알린 쪽이 부동산에 대한 권리 모두를 포기한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겉으로는 여느 가정과 다를 것 없는 나날이 이어지다가, 남편이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온 날 사달이 났다. 남편은 잠든 A씨를 깨워 폭행했다. 놀란 자녀가 신고를 했고, 경찰관이 출동했다. A씨는 남편의 매질이 두려워 그날 밤 몸을 피했다. 남편은 부인이 없는 사이 자녀에게 이혼 사실을 알렸다.
부부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 신혼 초부터 갈등을 빚어온 ‘혼수’도 문제였다. 10년도 더 된 일이다. 남편은 “억대의 혼수를 받기로 했는데 장인과 장모가 사기를 쳤다”며 자녀가 지켜보는 곳에서 A씨를 폭행했다.
A씨는 2013년 자녀와 함께 집을 나간 뒤 “부동산 권리를 포기하라”며 남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당초 조건부로 A씨 앞으로 해둔 부동산 명의는 완전히 A씨 것이 된다. 이와는 별도로 A씨는 남편을 상대로 1억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따로 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재판장 이수영)는 A씨가 남편을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 했다.
재판부는 “남편은 부부의 합의에 반해 자녀에게 이혼사실을 알려서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와 이 사실을 알게 된 부인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편은 혼수를 적게 마련했다며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출하고, 자녀 앞에서까지 부인을 폭행했다”며 “사실혼 관계의 파탄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남편은 부동산 명의와 관련한 소송과 위자료 청구소송 각각의 판결에 항소했다.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심리를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