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풀타임 자녀 할래요'...신흥경제국, 대졸 취업난 골머리

개도국 30세 미만 대졸자 1/5이 실업자

기업 요구하는 고급인력 턱없이 부족

대학 정원 너무 빨리 확대했다는 지적

신흥경제국의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해지면서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한 고학력자 비중이 저학력 구직자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UN 국제노동기구(ILO)의 8월 보고서에 따르면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등의 중·하위소득 국가의 30세 미만 대졸자 5분의 1 이상이 실업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고소득 국가의 2~3배에 이르는 규모다.

컨설팅회사인 고등교육전략협회가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2006년부터 2018년까지 고등교육에 등록한 개발도상국 학생 수는 7900만 명에서 1억 5000만 명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중 약 4분의 3이 신흥경제국에 거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들 국가의 고등교육 이수자가 저학력 구직자보다 실업률이 더 높다는 점이다. WSJ은 대학 졸업생은 급증했으나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능력을 갖춘 전공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취업에 실패한 일부 졸업생들은 불법 해외 이주를 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퓨리서치의 수석 인구학자 제프 파셀 박사는 미국에 불법으로 입국한 25~64세 이민자 가운데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비율이 2007년 17%에서 2022년 36%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저임금 일자리에 정착하면서 결혼과 출산도 미루고 있어 인구 감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중국의 경우 청년 실업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연간 1000만여명의 대학 졸업생 태반이 실업자로 전락했으며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6∼24세 실업률은 15.3%에 이를 정도다. 급기야 집에서 가사를 돕고 부모와 시간을 보내며 직장인 평균 급여를 용돈으로 받는 이른바 '풀타임 자녀'도 등장했다.

이같은 현상은 중국 뿐만 아니라 인도와 아르헨티나, 몽골 등 신흥경제국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도는 지난 20년간 대졸자 비율이 3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2022년 기준 30세 미만 인도 대졸자의 29%가 실업상태다. 초등교육을 못받은 사람의 실업률이 3%대에 불과한 반면 대졸자의 실업률은 이들의 9배에 달한다.

몽골에서도 1990년대 초 공산주의 종식 후 대학이 난립하면서 대졸자들이 급격하게 늘었다. 2022년까지 전세계 1인당 고등교육기관 수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힐만큼 몽골의 대학들은 학생 유치에 열을 올렸다. 라틴아메리카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대학 정원을 너무 빨리 확대했다는 의견을 내놨다. 보스턴 칼리지의 필립 알트바흐 국제고등교육센터 명예교수는 "대학 문이 너무 무차별적으로 빨리 열렸다"며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켜지지 않았다. 요술램프의 '지니'가 병에서 나오면 다시 넣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