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봉 영화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이터널 선샤인'.<사진은 '이터널 선샤인' 스틸컷>
'이터널 선샤인'·'러브액츄얼리'·'그녀에게'…
극장가에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가요계에서 과거의 노래가 다시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는 '역주행'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 것처럼 재개봉 영화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TV를 통해 불어 닥친 복고 열풍이 극장가도 휩쓰는 모양새다.
지난달 5일 개봉 10주년을 맞아 다시 스크린에 걸린 '이터널 선샤인'은 그 중 가장 돋보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5년 최초 개봉 당시 약 17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이 작품은 재개봉 15일 만에 이를 뛰어넘었다. 국내서 재개봉한 영화 가운데 최초의 기록이다.
'이터널 선샤인'의 질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입소문을 타고 관객을 계속 끌어모으면서 2005년과 합쳐 통합 40만을 넘었고 작품 속 배경인 뉴욕 여행권 증정 이벤트까지 열렸다.
이 영화가 일반 개봉작들과 박스오피스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지난달까지 박스오피스 5~10권에 진입했으며 이달에도 15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 부문에서는 35일 연속 1위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스크린수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한 일반 개봉작들이 400~1000개를 점령한 것에 비해 현저히 적은 60여개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재개봉 영화는 IPTV의 보급 확대로 시장성이 커진 VOD를 겨냥한다. 영화계에서는 수입사들이 극장 개봉의 형식을 빌려 지명도를 높이는 마케팅 전략차 재개봉을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명작을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어하는 관객의 갈증에 응답한다는 점과 작품의 재발견도 재개봉의 긍정적 측면이다. '이터널 선샤인'은 첫 개봉 당시 "난해하다"는 점 때문에 빛을 보지 못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뛰어난 멜로 작품이란 평가가 뒤따랐다. 스웨덴의 감성영화 '렛미인'은 2008년 첫 개봉 때 13개 스크린으로 출발했으나 관객들의 호평으로 최대 49개까지 늘었다. 당시 관객수는 8만 7900여명. 작품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어지자 이달 3일 재개봉했다. 오는 31일 재개봉하는 '그녀에게' 역시 관객들이 기대를 품고 있는 멜로 작품이다.
'내부자들', '검은 사제들' 등 범죄스릴러 장르가 주를 이루고 있는 최근의 극장가에서 로맨스 장르인 '이터널 선샤인', '렛미인', '러브액츄얼리' 등의 재개봉 영화가 언제까지 선전할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