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돌을 갓 지난 상장지수증권(ETN)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3일 기준 일 평균 거래대금은 500억원대에 이른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78개 ETN 중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가 발행한 ETN에 거래대금이 몰리고 있다.
□ ETN시장, 1년 만에 계좌수·종목 약 8배 증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ETN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560억300만원에 이른다.
특히 지난 1일 하루 동안만 837억4000만원어치가 거래돼 지난해 11월 17일 시장 개설 이래 처음으로 하루 거래대금이 800억원을 넘어섰다. 개장 후 1년여 만에 거래대금은 1276배 뛴 셈이다.
ETN시장의 상장 종목수는 개장 초기 10개에서 꾸준히 증가해 현재 78개로 늘었다. 투자자 총 계좌수 역시 시장이 들어선 당시 526개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4370개를 기록 중이다.
ETN은 국내·외 주식, 채권, 상품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며 기초지수 변동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증권회사가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증권사가 발행하는 ETN은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거래가 편리하고 환금성을 갖는다는 점이 부각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해외주식이나 선물, 채권, 원자재 등 개인들이 쉽게 투자하기 어려운 종목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 개별 종목이 아닌 기초지수에 연동해 움직이기 때문에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과 원금 이외 추가 손실이 없다는 점도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조병인 한국거래소 ETN시장팀장은 "ETN 시장에 대해 알아가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거래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속적으로 신규 상장이 이뤄져 종목 수가 많아지다 보니 인지도도 개선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대형 증권사에 거래 집중···중소형 증권사 '틈새시장' 노려야
거래소에는 7개 증권사가 발행한 총 78개의 ETN이 상장돼 있다.
삼성증권이 22개의 ETN을 발행해 선두를 달리고 있고 신한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이 각각 17개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 8개, 대우증권 7개, 현대증권 5개, 미래에셋증권 2개 순이다.
삼성증권 ETN 중에서 '삼성 건축자재 테마주 ETN'이 하루 동안 54만계좌, 37억7474만원을 끌어모았다. 또 NH투자증권의 'octo 바이오 TOP5 ETN'은 26만계좌(약 22억원)로 인기몰이를 했다.
이밖에 신한금융투자가 내놓은 ETN 중 '신한 WTI원유 선물 ETN'이 5만1149계좌의 거래량을 기록하며 약 3억7408만원의 거래대금이 유입됐다.
반면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이 발행한 ETN의 거래량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나 NH투자증권과 같은 일부 대형 증권사 상품에만 거래가 쏠리는 현상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N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도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대형 증권사에만 거래가 쏠려 ETN을 발행하는 다른 증권사들은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의 선택권이 좁다는 측면에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ETN은 증권사가 자기신용으로 발행하고 투자기간의 지수 수익률을 보장하는 파생결합증권이기 때문에 ETN을 발행한 증권사가 문을 닫는 경우 투자금을 모두 잃을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ETN은 증권사의 신용을 기반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대형 증권사에 거래가 쏠린다"며 "중소형 증권사들은 색다른 지수들을 사용해 틈새시장을 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