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최근 “연대납부의무의 한도를 다투려는 공동상속인은 자신의 연대납부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과세관청의 처분인 징수고지를 대상으로 항고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공동상속인들 각자는 피상속인의 유산총액을 과세가액으로 하여 산출한 상속세 총액 중 상속비율에 따른 상속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또한 자기가 상속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한도로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상속세에 관하여도 연대하여 납부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공동상속인들이 상속세 신고를 하지 않자 부과처분에 나서 '상속세 납세고지서'와 '상속인별 납부세액 및 연대납세의무자 명단'을 보냈다. 납세고지서에는 공동상속인들에 대한 상속세 총액, 그 계산근거 및 공동상속인들이 연대납세의무자라는 취지를 기재했다. 명단에는 각자의 상속비율과 그에 따라 납부할 세액을 기재하였는데, 연대납세의무의 한도(그 상속인이 받거나 받을 재산)는 따로 명시한 바는 없다. 처분양식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어느 공동상속인 1인에게 연대납세의무의 이행으로서 전체 상속세액을 징수할 경우, 국가 입장에서는 간편하게 상속세 총액을 징수할 수 있지만 해당 상속인 입장에서는 남의 몫의 세금까지 내게 되어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 구상청구를 할 수 있겠지만 다른 공동상속인이 재산이 없는 경우 회수가 불가능해진다.
특히 자신이 상속받은 재산이 상속세 총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상속으로 얻은 재산을 제외하고도 원래 자기 재산에 대해서도 징수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와 같이 상속세액 자체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부담할 연대납세의무의 한도에 대해서 다툼이 있을 경우 납세자는 어떻게 불복할 수 있을까? 생전에 다른 사람이 많이 받은 증여가 상속세 과세표준에 포함되나 상속에 의해서 받게 되는 재산이 얼마 되지 않는 경우 등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이 사건에서 공동상속인 중 1인이 과세관청의 상속세 납세고지가 연대납세의무의 한도를 초과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고등법원은 과세관청이 애초에 '연대납세의무의 한도'에 대해서는 어떠한 처분도 한 적이 없다고 보고 소를 각하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은 고등법원과 판단을 달리하여 과세관청이 확정된 세액에 관한 징수고지를 하면서 연대납세의무의 한도를 명시하지 않았다면 이는 '한도가 없는' 징수고지를 한 것이라고 보았다.
즉, 과세관청은 다른 공동상속인들과 함께 부담할 상속세 총액에 대하여 징수고지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이에 대하여 공동상속인은 한도를 넘는 부분에 대한 징수고지를 대상으로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고등법원은 공동상속인이 처음 납세고지서를 받았을 때 이에 대해서 직접 불복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구체적인 징수절차가 진행되면 이를 다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래 공동상속인의 연대납세의무는 자신이 받거나 받을 상속재산을 한도로 하므로 그 한도를 초과한 징수고지는 그 징수고지 자체의 하자라고 보아야 한다. 또한 독촉, 압류 등의 구체적인 징수절차가 진행되는 것만으로도 금융기관 등과의 관계에서 이미 납세자에게 돌이키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수도 있다.
이 판결은 공동상속인이 연대납세의무의 한도를 초과한 징수고지 처분에 대해 곧바로 불복 소송을 벌일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현재 실무상 공동상속인에 대하여 상속세부과처분에 있어 상속세 전액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징수고지를 하고 있는 것은 위법한 것임을 의미한다. 각 공동상속인이 부담한 연대납세의무의 한도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과 같이 각 공동상속인이 자신이 부담하여야 할 연대납세의무 한도에 대하여 다투어야 할 사례가 많지는 않겠지만 제대로 징수고지하는 것은 과세관청의 과제로 남게 되었다. 이 판결은 공동상속의 경우 개별적 부과고지, 개별적 징수고지가 원칙임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 2016.1.28.선고 2014두3471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