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 보험 하나면 보장성보험 세액공제 한도 초과…실효성 논란
정부가 보장성보험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은 국가가 보장해줘야할 복지를 개인이 감당하고 있는 것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보장성보험과 퇴직연금에 대한 세제혜택이 지나치게 적어 생색만 내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인 김모(30)씨는 잦은 야근에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 하기도 힘들어 작년에 소형차를 한 대 구입하고 자동차보험을 가입했다. 소형차임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는 100만원을 훌쩍 넘었다.
김씨는 연말정산 때 자동차보험 하나로 보장성보험 공제한도를 모두 소진한 것을 확인한 뒤 속이 더욱 쓰렸다. 이처럼 보장성보험 공제한도가 적어 자동차보험 하나만 들어도 더이상 쓸모가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해졌다.
보장성보험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데 반해 이에 따른 세액공제 한도는 시장의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퇴직연금의 경우는 근로자들에게 과한 세금을 물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장성보험 세액공제 한도 100만원은 시대상 반영 못해"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에 대한 걱정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보장성보험의 종류가 늘어나고 가입률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보장성보험 가입으로 인한 세액공제 혜택은 터무니없이 적어 사회보장 역할을 촉진하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보장성보험을 가입한 보험소비자들은 연간 납입한 보험료 100만원을 한도로 12%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김씨처럼 자동차보험 하나만 가입해도 보험료가 10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을 잃고 있다. 자동차보험 이외의 보장성보험을 갖고 있는 보험소비자들은 나머지 보험에서 아예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는 실정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국가가 다 보장해주지 못 하는 부분을 개인과 민간 보험회사에 맡겨 세액공제 혜택은 당연하다"며 "과거부터 조금씩 세액공제 한도를 늘려왔는데 현재의 100만원은 너무 적으니 이제 또 현실을 반영해 올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가가 해줘야 할 일을 개인과 보험회사가 감당하는 데도 불구하고 마땅한 세액공제 혜택은 현실과 맞지 않아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정부가 티도 안나는 세제혜택을 미끼로 개인에게 많은 부분을 스스로 준비하도록 하면서 보험회사에는 세제혜택을 통해 보험가입률이 늘어나는 효과를 줬다며 생색을 내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퇴직연금, 연금 수령액 연1200만원 넘으면 세금 부과
고령화 사회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퇴직연금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에 붙게될 세금을 알고보면 실망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퇴직연금을 실제 수령할 때 자칫 종합소득세를 최대 41.8%까지 내야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정부가 근로자의 퇴직금을 지켜주기 위해 만든 제도로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세금을 30%까지 절약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은 혜택들이 적용되려면 연금수령액이 12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따라서 만일 연금수령액이 연 1200만원을 초과한다면 근로자는 금액에 따른 세율 적용으로 종합소득세를 6.6%에서 최대 41.8%까지 내야한다.
게다가 공적연금과 세제적격 연금을 포함해 연 1200만원이 초과할 경우 소득세가 부과돼 국민연금 등의 수령액이 많은 경우 세부담이 예상외로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과거처럼 일시금으로 퇴직금을 수령하는 것보다 세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이 될 때는 4대 보험료도 부과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근로자들 대부분이 이런 문제점을 아직 잘 모르고 있다는 데 있다.
재무설계전문가는 "퇴직연금 제도를 시행한지 얼마 안 돼 홍보가 잘 안 된 데다가 아직 연금을 받은 이가 없어 이런 문제점이 대두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 문제는 매우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큰 논란거리로 떠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퇴직연금의 혜택을 연간 연금수령액 1200만원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은 애초의 그 취지에 어긋난다"며 "퇴직연금에 종합소득세를 내도록 하는 것 또한 근로자의 퇴직금을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의도와 더욱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연금수령액 기준을 올리거나 종합소득세를 물도록 하는 내용을 개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는 제20대 국회가 실효성 있는 보장성보험 세액공제 혜택을 마련하고 근로자의 퇴직금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퇴직연금제도를 확립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