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법원에 조정신청 후 정품소프트웨어 구매·합의금 요구
중소회계법인들 "불법SW 쓴적 없다" 공동 소송 태세
회계업계가 MS, 어도비 등 소프트웨어(SW) 업계의 저작권 위반관련 법적대응이 강화되면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2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이들 SW회사의 법적 대리인을 맡은 모 법무법인이 중소회계법인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불법SW 사용과 관련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나섬에 따라 소송전이 잇따를 전망이다. 법무법인측의 조정신청을 통보받은 중소회계법인들이 공동소송에 나설 태세이기 때문이다.
해당 법무법인은 SW회사로 부터 회계법인들의 정품소프트웨어 등록건수와 관련된 자료를 넘겨 받은 뒤 회계법인들이 외부에 공시한 임직원 수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불법SW 사용여부를 판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회계업계는 "법무법인측이 정품 등록수보다 외부에 공개된 임직원 수가 많을 경우 그만큼 불법SW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 법원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조정신청을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법무법인은 MS, 어도비 등 소프트웨어업체를 대리해 10여개가 넘는 중소회계법인들을 상대로 불법SW 사용혐의가 있다며 법적조치를 위한 관련비용 및 합의금 청구 등을 골자로 한 조정신청을 일괄적으로 제기한 상태이다.
법무법인측은 회계법인들이 정품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일정금액의 합의금을 지급할 경우 조정신청을 취하하겠다는 조건도 함께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은 회계법인들이 조정에 응하지 않을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이에 해당 중소회계법인들은 해당 법무법인의 조정신청 행위가 부당하고 제기된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공동소송으로 맞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 법무법인은 조정이 소송으로 넘어가기 전 단계에서 이뤄지고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질 경우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을 활용해 무더기로 조정신청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로펌의 한 변호사는 "조정신청에 응해 합의하면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떳떳하다면 조정에 응할 이유가 없다"며 "해당 법무법인의 경우 확실한 증거를 갖고 중소회계법인들을 상대로 조정신청을 낸 것이 아니라 물증없이 단순추측만으로 이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정에서 소송으로 넘어가더라도 법무법인측이 원하는 증거를 소송을 거치면서 합법적으로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에 일단 걸고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법무법인이 모 회계법인에 보낸 조정기일통지서 중 몇몇 내용을 발췌
조정신청을 낸 법무법인측은 중소회계법인들이 임직원 수와 보유 PC보다 정품소프트웨어 구매량이 적다는 것을 조정신청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 수의 차이만큼 불법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고 보고 그에 해당하는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동소송을 추진중인 회계법인 관계자는 "법무법인으로부터 조정신청을 요구받은 모든 회계법인들은 정품소프트웨어만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업종별, 회계법인별로 소프트웨어 사용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데 단지 외부에 보고된 임직원 수 대비 프로그램 등록건수가 적다는 추정만으로 문제를 삼은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무법인을 비롯한 해당 회사들이 거론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목록군에는 회계법인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들도 포함돼 있다"며 "철저히 정품소프트웨어만을 고집해 사용 중이며 외부업체에 위탁해 자체적으로 불법소프트웨어 사용을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몇몇 중소회계법인들은 아무런 조치없이 해당 법무법인의 뜻에 응해 정품소프트웨어 구매비용과 합의금을 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