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대부분의 기업이 전년도 회계감사를 끝내고 당년도 회계감사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이다. 대부분 회계감사인을 쉽사리 바꾸지 않으므로 기존 감사인이 계속 선임된다. 기존 회계법인의 계속선임이냐 또는 새로운 회계법인과의 신규계약이냐는 지난 3개월간 현장 감사업무를 진행하는 기간 중 계약성사 여부를 잠정합의하게 된다.
특히 3월은 외부감사의 현장업무 결론과 감사의견을 피력하고, 4월 14일까지 감사보고서를 전자공시하는 민감한 시점이다. 게다가 4월중 회계감사보수의 잔금(약 50% 내외)을 받게 된다. 또 4월말에는 다음연도 회계감사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약 50% 내외)도 받게 되는 시점이다.
즉 3월과 4월은 현장감사의 실행 및 감사의견 표명이 이뤄지고 감사보수의 잔금과 계약금 등 1년분 결제가 겹치는 미묘한 시점이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여서 외부감사인으로선 독립성있고 소신있는 의견을 표명하기 어렵게 된다.
현행 자유수임제도하에서는 피감회사가 외부감사인을 입맛대로 선임하고, 가격도 최소가격을 견적받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외부감사인의 정신적·물질적 독립성은 백척간두로 위태롭다.
더구나 전년도 감사보수의 절반을 받고 연이어 다음연도 감사계약체결과 함께 계속감사보수의 절반을 받는 시기가 대부분 3~4월에 겹친다. 따라서 이 돈을 받아 1년간 생활해야 하는 외부감사인으로선 피감회사와의 관계에서 독립성을 입에 담기조차 어렵다.
피감대상기업의 감사인 임의 선임, 최저가 낙찰제 및 감사계약 체결시점과 감사보수 수금시점을 생각한다면 이런 상황에서의 회계감사는 外部監査(외부감사)인지 阿附感謝(아부감사, Thanks)인지 회계사들은 혼란스럽게 된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속에 분식회계도 문제없는 양 버젓이 공시되곤 했다.
그래도 약 80% 이상의 회사는 재무상태가 양호하여 투명회계 재무제표공시에 거부감이 적다. 대다수는 회계투명성이라도 있고 감사위험이 낮으니 열악한 감사환경을 감내할만 하다. 실제로 어느 기업이 우량한지·불량회사인지는 외부감사를 해보아야 알 수 있다. 재무상태와 손익실적이 불량하여 분식회계로 연명하는 문제기업(free-rider)의 은닉된 분식회계가 한꺼번에 터져서, 채권자손실과 투자자피해등 천문학적 공익피해가 더욱 빈발하는 것이 문제다.
공익보호를 위해 감사인전면지정제와 표준보수법제화 등이 외감법에 규정됨이 절실하지만, 선진국도 사적자치에 따른 자유수임제가 원칙이라는 기업측의 반대주장에 막혀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감사인지정제의 전면도입이 아직 어렵다면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의 일부를 개정한다면 감사인의 독립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현행 외감법 제4조는 “회사는 매 사업연도 개시일부터 4개월 이내에 감사인을 선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로 이 규정으로 인해 회계법인은 3월중의 현장감사실행과 감사의견표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음연도 감사계약체결의 영업전선에 돌입해야 하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눈치보는 일감수주 전쟁속에 소신있는 감사의견이 피력될 수 없다.
따라서 외감법 제4조를 “회사는 매 사업연도 개시일전에 감사인을 선임하여야 한다”라고 개정하여 감사인 선임시기를 4개월만 앞당겨도 회계사의 독립성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 이 경우 통상 1년주기로 받는 해당년도 감사보수의 잔금도 4개월 앞서 매사업연도 종료일 전에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장 감사종결시점과 기업에서 감사보수를 받는 시점이 멀리 떨어지게 된다. 현장감사를 벌이는 시기에는 다음연도 감사계약이 되었는지 여부도 이미 결정된 상태이므로 비교적 독립된 상태에서 감사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 외감법 규정하나만 바꿔도 감사인의 독립성을 높여서 공익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음의 논리도 덧붙일 수 있다. 감사는 감시·감독과 조사이다. 그런데 현행 외감법 제4조에 따라 “매 사업년도 개시일부터 4개월 이내” 즉 4개월이 지난 다음에 감사계약을 체결하면, 이미 4개월간은 외감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상시감사와 진행감사(Concurrent Audit)차원에서는 4개월이 지나버려 공백기간이 발생된다. 이러한 상시감사진행의 위법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회계감사계약은 매 사업연도 개시일 전 즉, 당 사업연도 종료일 이전인 12월말일까지 다음 사업연도의 감사계약이 체결되도록 개정함이 타당하다.
기업입장에서는 감사의견이 적정이 아닌 부적정·한정·의견거절 등 어떤 경우라도 감사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왜냐하면 적정의견이 나오는 조건으로 외부감사받고 돈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사의견이 나오는 3월말 이전 즉, 작년 12월말에 감사보수잔금을 이미 지급완료함으로서 회계투명성에 배수의 진을 치는 것이 더 떳떳하다고 본다. 또한 당년도의 외부감사인과 다음연도의 감사계약을 계속 체결할지 여부도 미리 결정함으로서, 감사의견 형성에 어떤 영향력도 없음을 반증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