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vs 변호사' 줄다리기, 최종 승자는 누구? = 세무사들과 변호사 간 업역을 놓고 다투는 일명 '밥그릇' 싸움이 치열하다. 지난해에는 '외부세무조정' 제도를 놓고 대법원이 변호사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세무사회는 이를 '입법'으로 방어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지난달 28일에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을 거부한 서울지방국세청장의 거부처분을 놓고 대법원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세무사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달 28일 대법원이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에게도 세무사 등록을 허용해야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림에 따라 세무사 업계 전체가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영리법인에 소속된 세무사는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세무사법 제6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일부 세무사들은 일종의 '치욕감'마저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세무사회(회장 : 백운찬)는 판결 직후 회원들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이번 판결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하며 세무사법의 전반적인 정비 추진을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대립하는 세무사법=변호사법…"대체 문제가 뭐길래?"
세무사법의 태생부터 지금까지 세무사법 제3조(세무사의 자격)에 따르면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는 세무사 자격을 자동부여받도록 되어왔다.
지난 2003년 이전 실시되어오던 세무사법 제6조에서는 세무사 자격을 가진 자는 세무대리 업무를 개시하고자 할 때 재경부(현 기재부)에 등록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말 이 조항이 '세무사의 자격을 가진 자'에서 '제3조제1호에 해당하는 자' 즉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자로 바뀌면서 이듬해인 지난 2004년부터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들은 세무사 자격을 가지고 있더라도 세무사 업무를 하기위해 등록할 수 없게 됐다.
또한 동법 제6조와 제16조에 따르면 영리법인에 소속된 경우 세무사로 등록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원고인 L변호사는 지난 2003년 12월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6년 1월 사법연수원을 졸업했다. 모 법무법인에 소속이던 L변호사는 지난 2012년 서울지방국세청에 세무사 등록을 신청했지만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위 세무사법 조항을 이유로 등록신청에 대해 거부처분을 내렸다.
이에 L변호사는 지난 2012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세무사등록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1심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원고패소로 서울지방국세청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지난해 2심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서울지방국세청장의 거부처분이 위법하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주는 '반전'이 일어났다.
서울고법이 밝힌 원고승소의 근거는 '변호사법 제49조'였다.
동 조항은 '법무법인은 이 법과 다른 법률에 따른 변호사의 직무에 속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고 규정하고 있으며 '법무법인은 다른 법률에서 변호사에게 그 법률에서 정한 자격을 인정하는 경우 그 구성원이나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가 그 자격에 의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 때에는 그 직무를 법인의 업무로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서울고법은 "변호사가 법무법인에서 세무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영리목적으로 다른 업무에 겸직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이 같은 변호사법의 취지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지난해 대법원에 해당 판결에 대한 상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고법 판결과 같은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세무사법에 따라 세무사로 등록을 할 수 있는 변호사가 법무법인 구성원 또는 소속 변호사로 근무하는 것은 구 세무사법에서 정한 세무사 등록 거부사유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의 임원 또는 사용인이 되어 영리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세무사등록거부처분' 대법원 판결…타격은 어느정도일까?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지난 2003년 이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법무법인에 소속된 변호사들이 세무사로 등록하고 '합법적'으로 세무대리업무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세무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나머지 업무들인 신고 및 기장대리, 조세불복 등에 대해서 앞으로 법무법인에서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세무사회.
특히 조세불복의 경우에는 소송대리권이 없는 세무법인에 비해 법무법인은 심판청구에서 행정소송까지 원스톱(one-stop)'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많은 세무사들이 이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해왔다(실제로 다수 세무법인들은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법무법인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기도 하다).
다만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논란이 됐었던 외부세무조정제도의 경우 법무법인은 조정반에 포함될 수 없도록 모법인 소득세법, 법인세법이 개정됐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판결에 따르더라도 법무법인이 외부세무조정제도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판결로 업계가 받을 충격에 대해서는 세무사들마다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한 세무사는 "법무법인들이 조세소송 전단계인 조세불복 업무부터 잠식해 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불복을 제기하는 고객들은 결국 소송까지도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으로 법무법인을 선택하는 고객들이 많아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하지만 다른 세무사는 "변호사들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갑자기 세무사를 하겠다고 등록하는 일은 매우 드물 것이라고 본다"며 "이번 판결로 법무법인들의 세무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젊은 세무사들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법무법인에게 일을 맡기려는 고객들은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기업들"이라며 "몇몇 대형 세무법인들을 제외하고는 일반 세무법인들과 이들이 시장영역에서 부딪힐 일은 없다. 오히려 규모가 큰 고객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회계법인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현재 헌법재판소는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이 자동부여되고 있지만 변호사 직무로서 행하는 경우(변호사법 제3조) 외에는 세무대리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 세무사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사건을 심리중이어서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