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에 모여사는 이들이 자신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공동으로 지급하는 경비.
바로 '세금'이다.
세금의 역사는 농경문화가 시작된 신석기 시대에서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인간이 모여사는 곳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해 왔다. 청동기 문화를 배경으로 등장한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 고조선에서도 세금을 거두었다는 이야기가 맹자를 통해 전해진다.
◆…농사 짓는 모습이 담긴 농경문 청동기.
세금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고 지금 이순간에도 끊임없이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지금은 납세자들에게 익숙한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법인세 등 주요 세목도 애초부터 있던 세목들이 아니다. 세율 변동는 물론이고 환경 변화에 따라 어느 순간 세목이 신설될 수 있으며, 반대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국세청 개청 50주년을 맞아 현재 나라 곳간을 채우는 데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 주요 세목들의 신설 과정 및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간접세의 '혁명', 부가가치세
1977년 7월 도입된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는 간접세의 전면적인 개편을 의미했다. 부가세가 도입됨에 따라 영업세, 물품세, 석유류세, 직물류세, 입장세, 통행세, 전기가스세, 유흥음식세 등 구 간접세목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부가세 신고 대상은 1978년 당시 88만명에 불과했지만 경제의 성장과 함께 대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부가세 사업자 수는 1985년 127만명, 1995년 252만명, 2005년 412만명, 2014년 635만명 등 현재는 도입 초기 기준 7.7배 증가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사업자수가 증가함에 따라 세수도 크게 늘었다. 부가세수는 시행 원년 5427억원이었으나, 1985년 2조9012억원, 1995년 14조6369억원, 2005년 36조1187억원으로 큰폭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54조1591억원을 기록, 세수 200조원 시대를 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부가세는 당시 정부부과 방식이던 법인세, 소득세와는 달리 도입과 동시에 신고납부제도를 택했다.
신고납부 방식을 채택한 것은 자발적인 성실신고 유도와 효율적인 세원관리를 위한 근간이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후 신고납부 대상자, 신고 방법, 신고 횟수 등은 여건에 따라 변화했지만 10%라는 부가세율은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요지부동'이다.
◆…1985년 개설된 부가가치세 일괄신고접수창구 모습.
부가세 시행 초기 정부에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사업자가 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신고체계가 유지됐다. 1985년 이후 신고서 자율접수창구 운영, 우편신고 확대 등으로 자율신고제도가 확산됐고 1995년부터는 일체의 세무간섭을 배제한 완전자율신고제로 변모했다.
2000년 7월 도입된 전자신고제도는 모든 세목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2003년부터 모든 사업자로 확대된 전자신고제도는 초기 부가세 전자신고 비율이 10%에 불과했지만 2014년 2기 확정신고 시 85.4%에 이르는 등 이제는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 시스템으로 정착했다.
소득은 세금으로 재분배된다, 종합소득세
소득세제가 처음으로 시행된 해는 1934년. 국세청 개청보다 32년 앞서 도입된 소득세는 당시 1종 소득세(법인소득), 2종 소득세(이자·배당 등 원천과세소득), 3종 소득세(2종에 속하지 않는 개인소득으로 종합과세대상)으로 구분됐으며, 종별로 소득금액을 계산해 과세하는 분리과세체계로 운영됐다.
◆…1960년대 세무서 행정안내실 세금 수납 모습.
1949년 법인소득세가 분리, 법인세로 독립됐으며 1968년 분류과세와 종합과세의 이원체계를 거쳐 1975년 지금의 형태인 종합소득세제로 전면 개편됐다.
1994년까지 소득세는 납세자의 신고를 통해 확정되지 않고 정부가 세액을 결정하는 정부부과 방식으로 운영됐다. 납세자가 스스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계산해 자진 신고하는 현재의 방식은 1995년부터 시작됐다는 이야기다.
종합소득세의 세율은 종합소득과세체계를 도입한 1975년, 17개 과세표준 구간에 최저 8%~최고 70%까지 초과누진세울이 적용됐다. 이후 과세표준 구간을 축소, 1991년 6개 과세표준 구간에 최저 5%~최고 50%의 세율체계로 개편됐다.
1996년 다시 4개 과세구간(최고세율 40%)으로 단순화 된 종합소득세는 2005년 35%까지 최고세율이 인하됐으나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를 위해 2014년 귀속부터 1억5000만원을 초과하는 과세표준에 38%의 최고세율(최저세율 6%, 5단계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시행된 후 첫 소득세를 신고받은 1997년 신고인원은 125만명이었다. 이후 2000년에는 134만명, 2005년 223만명, 2010년 357만명, 2015년 505만명 등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종합소득세 세수도 마찬가지다. 1995년 2조8945억원이었던 소득세수는 IMF 외환위기로 2000년 잠시 2조8493억원으로 주춤했지만 2005년 4조6069억원, 2010년 6조8062억원, 2015년 13조4469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1967년 당시 녹색신고카드.
국세청은 소득세에 대한 성실 납세 지원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국세청 개청 전 영세납세자가 대부분이었고 장부기장자도 극소수였다. 이에 국세청은 개청과 동시에 납세자가 스스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해 신고하는 '녹색신고제도'를 시작으로 성실신고 풍토 조성에 나섰다.
이후 1980년에는 신고의 성실도에 따라 납세자를 관리하는 '질적차등 관리제도'를 도입했으며, 1984년부터는 불성실 신고를 한 세무대리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제도도 도입했다. 신고납세제도를 전면 도입한 1996년부터는 우편신고를 보편화하고 전자신고를 도입하는 등 신고편의 제고에 힘썼다.
국세청 홈페이지가 개통된 1999년부터는 매년 종합소득세 신고에 필요한 서식, 신고요령 등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으며 2004년 전자신고제도 도입으로 인해 빠른 속도로 전자신고가 활성화 됐다.
이후 국세청은 고소득 자영업자를 개별 관리하고 신고 안내문을 발송하는 등 납세자의 성실신고를 돕는 데 주력해 오고 있다.
고도 성장의 힘, 법인세
법인세는 일제강점기인 1916년부터 소득세의 일종으로 과세되기 시작했다. 정부수립 이후인 1949년 11월 법인세법이 제정돼 독립된 세목이 됐으며, 1997년까지 정부가 매년 모든 법인을 일일이 조사해 세금을 부과하는 부과과세제도를 채택했다.
법인세는 직접세 가운데 가장 먼저 신고납세제를 택한 세목이다. 1970년대 경제가 고도성장함에 따라 법인의 수는 크게 증가했다. 법인세수 또한 크게 증하하고 거래내용도 복잡, 다양화 된 시점이 바로 1970년대다.
◆…1980년 1월 28일 열린 제1회 법인업무연구 종합발표회.
이 같이 덩치가 불어나고 복잡해진 법인세를 정부가 일일이 부과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였고, 1980년 신고납부제로 전환됐다. 신고납부제로의 변화는 법인세 발전 과정 뿐 아니라 현재 신고납부제를 택하고 있는 모든 세목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1982년 세금을 나눠 낼 수 있도록 분납제도가 도입됐으며 1985년에는 기업이 차입한 자금을 생산적인 부분에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지급이자 손금불산입제도가 대폭 강화됐다.
1998년에는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진 법인세법인 전면 개편됐으며 2000년 이후 배당소득에 대한 이중과세를 조정하는 등 법인세제는 환경에 맞춰 끊임 없이 변화하고 있다.
법인세는 1949년 법인세법 제정 당시 각 사업연도 소득과 청산소득에 35%가 과세됐다. 경제개발이 시작된 1961년에는 기업공개를 유도하기 위해 공개법인 비영리법인 17%, 비공개법인은 22%의 세율이 적용됐으나 1961년 말 일반법인 비영리법인 구분 없이 20%의 세율이 적용됐다.
이후 1983년에는 법인세율을 대폭 인하하고 공개법인과 비공개법인의 세율차이를 없앴으나 비상장 대법인에 대해선 높은 세율이 적용됐다. 1990년대에는 일반법인, 비상장법인, 비영리법인으로 구분해 적용되던 법인세율이 하나로 통합됐다.
2013년 기준 한국의 법인세율(22%)은 미국(35%), 일본(25.5%), 프랑스(33%) 등 주요선진국보다 낮은 편이나 홍콩(16.5%), 싱가포르(17%), 대만(17%), 중국(25%) 등 주변국가와 비교하면 평균 수준이다.
법인수는 1966년 국세청 개청 당시 6595개에 불과했지만 2015년 67만3374개로 102배 증가했다.
징수액 또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1965년 56억9500만원이었던 법인세수는 국세청 개청과 동시에 108억8200만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법인세 징수액은 이후 계속 증가해 지난해 45조295억원을 기록했다.
법인세 제도가 수많은 변천 과정을 거치는 동안 법인에 대한 신고관리와 세원관리도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다.
1969년 8월부터는 녹색신고법인(주식상장 법인, 정부 출자 법인 등)에 대한 관리가 강화됐으며 1970년에는 성실신고법인에게 세무조사와 세무사찰을 면제해주는 특권을 부여했다.
1974년 12월에는 국세청 행정조치로 운영되어 오던 성실신고법인제도가 법제화됐으며 1980년엔 직접세 분야 최초로 신고납세제로 전환, 법인세 행정은 격변의 시대를 맞았다.
1989년엔 개별 면담식 신고 관리 방법이 폐지되고 납세자가 스스로 신고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국세행정이 변화됐다. 2000년에는 기업 스스로 성실도 여부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법인세 신고 안내 시 전산분석 자료가 제시됐으며 2004년 다른 세목과 마찬가지로 전자신고가 도입됐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는 사전 성실신고안내가 납세자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의견을 반영해 완전자율신고체제로 전환됐으나 2015년부터 지금까지 세원관리의 방향은 사후검증에서 사전 성실신고지원 체제로 완전히 전환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