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소득공제가 당초 자영업자 소득을 파악하기 위해 도입됐는데 목적을 달성했으니 없애도 된다." "지금 신용카드 사용이 어느 정도 생활화 됐을 뿐더러, 복지재원 마련 차원에서 세수가 부족하니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매번 일몰이 도래할 때마다 존치냐 폐지냐를 놓고 갑론을박을 거듭하고 있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올해 다시 일몰(제도 폐지)이 예정되어 있다.
정책목표를 달성하고 일몰이 도래한 조세감면 제도는 폐지시킨다는 정부의 원칙만 놓고 봤을 때 당장 내년 연말정산부터(2017년 귀속 근로소득)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특히 연(年) 2조원에 육박하는 몸통 큰 조세감면 제도인데다, 복지지출 등으로 세수상황이 여의치가 않으면서 일몰이 도래하는 시점이 되면 항상 논란이 되어 왔다.
정부의 주도로 만들어진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에 대한 여론은 세원양성화라는 정책목적을 달성했다는 측면에서 일몰에 맞게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이 제도를 폐지하게 되면 '제2의 연말정산 대란'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 인적공제 혜택이 적은 저소득 근로자, 미혼 직장인들의 경우 신용카드 공제가 연말정산 혜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제도를 폐지하면 현금 거래가 급증, 지하경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치권 입장에서는 잘못 건드렸다가는 표를 갉아먹는, 최대 불안요인이기 때문에 제도 폐지를 골자로한 법개정에 정치권이 동참할 여지가 상당히 작다.
연 2조원 조세감면제도, '수술대' 올랐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신용카드 사용분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총급여액의 25%를 초과한 금액의 15%를 소득공제(한도 300만원)해주고 있는데, 신용카드 소득공제(체크카드·현금영수증 포함)를 통해 근로자가 돌려받은 세금의 액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1조8163억원이었다.
이 제도를 통해 감면되는 세금 액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
실제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액은 2012년 1조2829억원에서 2013년 1조3721억원, 2014년 1조5485억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는 2조원(1조9321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애초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근로자의 세제혜택 보다는 자영업자의 세원양성화에 초점을 맞춰 1999년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자영업자들의 신용카드 가맹을 유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세원을 노출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고, 이 제도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액에 따른 세금혜택을 부수적으로 주기 시작한 것.
그러나 신용카드의 사용이 활성화되고 세원양성화가 어느정도 진척되면서 일몰이 도래할 때마다 제도 폐지에 대한 움직임이 있어왔다. 그러나 '세부담이 늘어난다'는 근로자들의 거센 반발로 6차례나 일몰이 연장, 현 상태에 이르고 있다.
올해는 이 제도의 존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예년과 다르다. 한 해 조세지출 감면액이 300억원 이상인 제도를 계속 유지할지 여부를 놓고 조세재정연구원의 심층평가를 받아, 평가결과를 올해 세법개정안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조세연구원이 심층평가를 맡았다는 부분은 눈여겨볼만 하다.
조세연구원은 지난 2012년 '신용카드 활성화정책 10년 : 평가와 과제' 보고서를 통해 소득공제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되고, 신용카드의 가맹수수료 부담이 가장 높다는 등의 이유로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언급한바 있다.
제도는 존치하되 공제율 조정하나
조세연구원의 평과결과가 무조건 세법개정안에 반영된다고 볼 수 없지만,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를 정부가 외면하기는 힘들다. 더욱이 조세특례 성과평가가 시행된 이후에 그 결과가 정부정책에 대부분 반영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를 통해 제도의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나, 정책효과가 달성됐다고 하더라도 제도의 폐지 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폐지 대신 소득공제율을 줄이는 방향성을 설정했다. 최근 몇 년 동안 30%였던 신용카드 공제율을 단계적으로 15%까지 내렸으며, 2013년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 공제율 15%에서 10%로 낮추겠다고 밝힌바 있다.
결과적으로 여론 및 국회의 반대에 부딪혀 제도 추진(공제율 축소)에 제동이 걸리긴 했다.
세법개정(소득공제→세액공제)에 따라 연말정산 파동을 겪은 정부의 입장에서 대다수의 근로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카드를 꺼내기란 쉽지 않다.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신용카드 소득공제 인원은 지난 2014년 귀속소득 기준으로 약 825만명이었다.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자(약 1662만명)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당수의 근로자가 신용카드 공제를 받기 때문에 폐지했을 때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도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없어지면 근로소득자와 사업자 간 세금 형평성이 더욱 악화될 뿐만 아니라, 지하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등의 부정적인 영향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 때문인지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큰 논란 없이 존치되는 것이 예정된 수순이라는 얘기까지 나돈다.
기재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심층평가 중간 결과를 빠르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받은 뒤, 최종안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안팎에서는 신용카드 공제율을 내리거나 공제한도를 축소하는 쪽으로 세법을 손질하지 않겠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