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아파트를 담보로 B은행으로부터 1억원을 대출받기로 계약서에 서명했다. 열흘 후 은행금리가 자신이 받은 것 보다 더 떨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A씨는 14일째 되는 날 대출을 취소했다. A씨의 대출 철회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그러나 빠르면 올해 4분기부터는 가능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6월 14일 은행업계와 협의를 거쳐 대출 계약서에 서명한 뒤라도 숙려기간 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대출계약 철회권' 제도의 도입을 반영한 여신거래약관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관계기관과 이달 중 협의를 거쳐 4분기에는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계약 철회권은 이혼의사가 있는 부부가 가정법원의 안내를 받은 뒤 일정한 숙려기간을 거치도록 하는 이혼숙려제도의 금융판인 셈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제도 도입에 따라 소비자가 대출신청 후에도 대출의 필요성, 대출금리·규모의 적정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불이익을 받지 않고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계약 철회권의 핵심은 행사절차가 꼽힌다. 대출 계약 후 14일 이내 (계약서 또는 대출금 수령일 중 나중에 발생한 날부터 기산) 서면, 전화, 컴퓨터통신으로 철회 의사표시를 하고 원리금 등을 상환함으로써 계약이 취소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비자 권리의 실효적 보호를 위해 최초 대출계약 체결 시 금융권에 대출계약 철회권에 대해 설명할 의무를 부여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의 적용 대상은 정보부족으로 충분한 검토 없이 대출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순수 '개인' 대출자로 한정된다. 적용 상품은 리스를 제외한 일정규모 이하 모든 대출이다. 신용대출은 4000만원이하, 담보대출은 2억원 이하다.
철회권의 행사요건은 '원리금 상환 + 부대비용 반환'이다. 반환하는 부대비용은 소비자의 경우 근저당권 설정과 관련한 수수료와 세금이 들린다. 금융회사는 한도약정대출 (마이너스 대출)의 경우 한도약정수수료이고 신용정보관리는 금융회사·신용정보원·CB 등 대출정보 삭제가 요건으로 지목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권 외에 금융당국 감독·검사 금융회사 및 정책금융기관 (보험, 여전, 저축은행, 신협 및 주택금융공사)에서도 소비자에 대한 효과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대출정보 삭제)를 감안해 같이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