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가운데)이 29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의원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영향에 따른 경기위축 우려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을 더한 20조원 규모의 재정 보강책을 내놨으나, 여야를 막론하고 이 같은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또한 부실기업의 양산과 국책은행의 방만경영에 따른 부실의 책임은 정부에게 있음에도 국민들의 '혈세'를 투입시키려고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나라살림의 적자 상태를 비롯해 사회적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법인세 증세로 마련한 '돈(재원)'을 소득 재분배 등에 써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기도 했다.
"추경이 왜 필요하나"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에 대한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부가 발표한 추경에 대해 편성 요건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내놨다.
박 의원은 "전국적인 실업률이 아닌 경남 지역의 실업률을 문제 삼고 있고, 브렉시트와 관련해서도 우리나라는 영국과 교역 비중이 크지 않아 단기영향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당장 추경 요건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도 "추경하겠다고 갑자기 왜 선회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브렉시트와 상관없는 추경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종구 의원 역시 "추경은 제가 보기에는 브렉시트 하고는 전혀 관련 없다"면서 "추경은 일자리·민생·경제 활성화에 포커스를 맞춰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구조조정 관련해서 추경을 하는 것은 아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추경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는 장관은 추경 요건과 관련해 "경남의 실업률만 따지면 대량 실업요건이 되지는 않는다"라면서도 "청년실업 문제라든지 제조업 일자리가 30만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같이 갈 것이라고 판단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더민주 "법인세 올려야"…유일호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
현재 나라살림의 적자규모는 약 37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예측한 10조원의 세수가 더 들어온다고 해도 27조원이 적자라는 소리다.
이 같은 초과세수가 적자를 메우는데 상당 부분 쓰이질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이에 대한 재원대책으로 법인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 마저 나왔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차원에서도 법인세 감세정책을 재차 환원해 소득 재분배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법인세를 감세하면서 고소득자 가처분소득 증대 등을 통해 경기활성화가 된다는 희망과는 달리 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세수입 줄었다"며 "투자가 늘어나지 않았다면 정부가 기업에게 (돈을)안 쓸 거면 돌려달라고 해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법인세 인하로 사실상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했더니 기업들이 투자를 안했다"라며 "기업환류세 등을 통해 사내유보금으로 쌓지 말고 투자를 하라고 했는데, 자신들 배당만 가지고 가서 실질적인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같은 당 박광온 의원도 "법인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운을 뗐다. 박 의원에 따르면 1992~1993년까지는 가계저축 부문의 비중은 46%, 법인은 34%였으나, 2013~2014년에는 법인이 60%, 가계저축은 16%로 떨어졌다.
박 의원은 "기업소득은 11년과 15년에 비교해서 39조원이 늘었는데, 같은 기간 법인세 징수액은 1000억원 밖에 늘지 않았다"며 "이 얘기는 법인이 내지 않는 세금은 가계가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부총리는 "법인세율을 다시 인상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라며 "법인세 인상 논의는 추경과 별개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