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고급 한정식·고깃집 등…음식 가짓수·종업원 줄이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김영란법) 시행이 현실로 닥치자 전국 외식업소들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외식업중앙회 등의 반발에도 정부는 식사대접 상한선 가액을 3만원으로 하기로 지난달 말 확정했다.
전국적으로 고급 한정식집이나 일식집은 술값을 빼고도 저녁 메뉴가 1인당 5만원부터 시작해 7만원, 10만원선인 곳이 많다.
1인당 식사 접대 상한선인 3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손을 놓고 있다면 오는 28일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발빠르게 마케팅 전략으로 김영란법을 이용하는 음식점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경남 창원시내 한 일식집은 8월 들어 1인당 소주 1병이 포함된 굴비정식을 2만9천500원에 내놨다.
낚지볶음이나 해물, 생선회나 초밥 몇점을 안주로 우선 내놓은 뒤 식사로 1명당 굴비 1마리씩과 밥, 국이 나오는 식이다.
소주 1병을 빼면 2만5천원에 굴비정식을 주문할 수 있다.
이 일식집 주인은 "공무원들이 외부인사들과 자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3만원 미만 메뉴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술을 마시는 손님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3만원 미만에 맞춘 음식으로 식사 손님들을 많이 받는 방법으로 영업전략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귀띰했다.
이 일식집은 손님이 3만원 미만으로 음식 가격을 맞춰달라고 미리 이야기하면 기존 내놓은 음식 가짓수를 조정해 맞춰주는 방법도 고려중이다.
창원시의 한 한정식집은 최근 삼계탕에 전복, 산양삼 1뿌리를 추가하고 일반 삼계탕집보다 반찬 숫자를 늘려 한 그릇에 2만원짜리 삼계탕 세트를 예약손님에 한해 팔기 시작했다.
대전시에도 한 고깃집이 8월 초부터 김영란 세트를 만들었다.
이 업소는 미국산 소고기 300g과 소주(맥주) 2병, 식사를 포함해서 2만9천900원 짜리 메뉴를 개발했다.
메뉴개발에 어려운 단일메뉴 음식점들은 재료량을 줄이거나 주음식에 곁들여 나오는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 방법을 시도한다.
그러나 대다수 음식점 업주들은 임대료나 인건비, 식자재 비용을 고려하면 1인당 3만원선을 맞추기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경남에서 가장 큰 상업지구인 창원 상남동 일대는 지방에서 임대료가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상남동은 실평수 390여㎡(120평)짜리 음식점 한달 임대료가 1천200~1천300만원 선이다.
목이 좋은 곳은 99㎡(30평)에 월 임대료가 1천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
상남동의 한 고깃집은 "재료비를 낮추는 것은 한계가 있어 김영란법 시행후 장사가 안되면 종업원을 줄여야 하는지 고민중이다"며 "가족을 쓰거나 사장이 종업원 역할까지 '1인 다역'을 맡을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관공서, 기업체 손님 비중이 많던 한정식집은 김영란법과 무관한 상견례, 생일잔치 등 기념일 행사 유치에도 적극 나설 태세다.
윤병도 외식업중앙회 경남지회장은 "법을 지키긴 지켜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지키기가 쉽지 않아 업주들의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