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2기 '친기업' 개혁노선 첫 가늠자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2기 출범과 관련해 부시의 친기업 개혁이 순조롭게 이행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입법인 집단소송제 손질안이 3일(이하 현지시각) 미 상원에서 재심리된다.
집단소송제 개선안은 지난해 7월초 상원에 회부됐으나 다른 주요 법안과 연계시키자는 민주당의 요구를 당시 공화당 지도부가 거절하는 바람에 통과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해 부결됐다.
경제금융정보 전문서비스 다우존스는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민주당 상원의원 가운데 8명이 개정안을 일부 손질하는 조건으로 공화당 쪽에 동조하고 있어 올해는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상원과 마찬가지로 하원에서도 다수 세력인 공화당 지도부는 상원안이 수정없이 통과될 경우 하원에서 손질하지 않고 원안대로 신속히 승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상원안이 민주당 동조 세력의 입김에 의해 손질될 경우 법안이 백악관에 송부되기에 앞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최종 협의되는 과정이 있음을 의식해 하원안이 더 친기업적으로 손질될 것이라고 하원 소식통들이 다우존스에 귀띔했다.
공화당이 마련한 상원의 집단소송제 개정안에서 민주당 진보 세력과 시민단체들이 특히 반발하는 내용은 이른바 '재판장소 쇼핑' 부분이다.
공화당과 재계는 미국에서 집단소송이 과다하게 이뤄지면서 기업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아왔다면서 일부 집단소송전문 변호사들이 기업에 적대적 성향이 강한 재판부를 선호하는 관행이 있기 때문에 이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주장은 현재 상원에 제출된 개정안에 포함돼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개정안이 집단소송을 당하는 기업들로 하여금 자기네가 유리한 재판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데 사실상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따라서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기존의 노동법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낸다고 반박해왔다.
민주당과 시민단체의 이같은 비판에 대해 공화당측은 "개정안 취지를 잘못 이해해 그렇다"면서 집단소송 자체를 견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집단소송꾼(변호사를 의미)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집단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지금처럼 많은 몫이 변호사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제한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돼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다우존스는 민주.공화당 관계자들을 인용해 상원 법사위가 3일 집단소송제 개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쪽 수정안을 다루기는 할 것이나 공화당안대로 통과될 것이라면서 민주당의 전략은 7일 상원 전체회의에서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내용을 일부 손질하는 쪽에 막판 당력을 모은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우존스는 집단소송제 개정입법이 부시 2기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첫 관문이라면서 공화당안대로 통과될 경우 백악관의 승리라고 지적했다. 이렇게될 경우 부시가 2기에 추진하려는 사회보장개혁, 세제 수술, 그리고 파산법 등이 더욱 탄력을 받게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집단소송제 개선안이 공화당안대로 통과된다하더라도 부시가 바라는 식의 친기업 성향으로 경제관련 입법이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면서 대표적인 예로 사회보장 민영화에 대해 공화당내에서도 이견이 만만치 않음을 상기시켰다.
이와 관련해 다우존스는 집단소송 개정안이 상원에서 공화당이 뒤로 빠진 채 민주당내 진보-보수 세력간의 대결로 이어지는 묘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집단소송제 개정입법 저지 노력을 보여온 시민단체들은 입법 자체를 저지하는 것이 역부족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따라서 막판 로비의 초점을 개정안 내용을 최대한 수정하는 쪽에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