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린 국세청 국정감사장 전경.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이날 국감은 장시간 이어졌던 예년과 달리 오후 7시도 채 되기 전 모든 질의가 마무리 되는 등 속전속결로 끝났다.
7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는 국세행정의 현안 문제점들을 중심으로 한 정책 질의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몇몇 의원이 최근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문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에 대한 문제 등을 지적하긴 했지만 전체적인 국감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이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주 질의에서 전직 검찰총장이 수사 무마 대가로 20억원의 자문료를 받고 해당 법무법인이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 과정에서 국세청 직원이 뇌물을 받았다는 제보도 들어왔다고 말해 국감장 주변을 술렁이게 만들기도 했다.
박 의원은 임환수 국세청장에게 사실확인을 요청하며 종합감사 때 결과를 알려달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사전 성실신고 안내는 사전 압박?
이날 국세청 국감에선 올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세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됐다.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세수가 20조원 가까이 더 걷히고 있는 배경으로 국세청의 '사전 성실신고 안내'를 꼽으며 "국세청이 세금 신고 전 소리 없는 압박을 통해 세수를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의원은 사전안내 문구를 국감장 스크린에 띄워 김용균 서울지방국세청 성실납세지원국장에게 직접 읽도록 한 뒤 "납세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가"라고 물었고 김 국장은 "납세자 입장에서 압박을 느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에 임환수 국세청장은 "사후검증을 대폭 줄여 불필요한 세무간섭을 하지 말라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조경태 기재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국세청장은 국세청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최교일 의원도 "(사전 안내의) 취지는 좋지만 압박성 안내 문구를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올해 세수 상황에 대해 격려도 하고 우려도 하고 있다. 대기업 세무조사는 줄었지만 중견이나 중소기업 세무조사는 줄지 않고 있다. 올해 세무조사 하면서 이런 현상이 나오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냐"고 물었고 임 국세청장은 "절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세수진도율이 최근 5년간 가장 좋다고 하는데 경기가 좋으면서 세수가 늘면 좋은 것이지만 경기가 안 좋은데 세수만 늘어나 국세청이 쥐어짜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국세청은 세금 많이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조세정의 확보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영란법 때문에 세수 줄어든다는데…"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임환수 국세청장.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국민이 국세청에 가장 바라는 것이 고소득이나 자산가들의 탈루소득이 없게 하는 것"이라며 미르나 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187억원, 235억원의 증여세 등 총 500억 가까운 세금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인세 뿐 만 아니라 증여세 까지 본다면 공익법인이 3만5000개고 정말 엄청난 주식이 공익법인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법인세 뿐 아니라 상증세 세수감소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국세청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재벌 대기업들이 770억원을 기부했는데 이를 통해 감면 받은 세액이 187억원"이라며 "770억 기부금 중에는 국민의 재산이 187억 포함되었다고 봐야 한다. 출연이 안됐으면 187억원이 국세로 징수된 것 아니냐. 공익법인이 출연해서 운영하는 것에 대해 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국세청이 필립모리스코리아와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에 대해 세무조사를 했지만 세금 탈루 사실을 밝히지 못했고 KT&G는 조사하지도 않았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박 의원은 KT&G가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국세공무원을 상대로 금품을 줬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KT&G가 세무조사에서 제외된 것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임 국세청장은 "그 사건과 재고차익 형성 시점과 차이가 있다"며 "개별기업 조사여부는 이 자리에서 밝히긴 곤란하지만 조세포탈 여부는 명확히 확인해 법과 원칙대로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시행된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관련한 당부의 말도 나왔다.
특히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세수감소가 우려되고 있다며 국세청이 조속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한국경제연구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김영란법으로 인한 손실이 최대 11조2600억원이라고 한다. 만약 이 수치가 맞다면 부가가치세만 해도 1조원 이상 감소하는 것"이라며 "더불어 해당 사업체들의 법인세, 근로소득자 소득세도 줄어들 텐데 어떻게 한다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은 "김영란법에 '부정청탁에 관한 신고조항'이 있다"며 "국세청에 이와 관련한 행동강령을 정비해야 하고 이 내용을 반드시 행동강령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금품수수 공무원 4명 중 1명은 국세청 직원이라며 지난 3년간 총 159건 중 고발된 건수는 6건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판결은 법원에서 하는 것이다. 적발이 되면 무조건 고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천지방국세청이 신설될 필요가 있지 않냐"는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의 질문에 임 국세청장은 "그런 이유로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인천에 두고 있다"며 "인천지방국세청의 토대를 닦고 있다"고 답했다.
